자유한국당(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김성태 의원이 당선됐다. 새로운 지도부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태다.
12일 김 원내대표는 재적의원 108명 중 55명(51%)의 지지를 얻으며 과반수를 획득, 당선됐다. 김 의원은 '친홍파'(친홍준표파)로 분류되는 만큼 홍준표 의원의 원내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 세력이 한국당의 주류가 됐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새로운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당의 '진퇴양난'의 처지 때문이다. 급기야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에서 한국당은 바른정당보다 2%포인트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내대표가 직면한 가장 첫 번째 과제는 소속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처리다. 이우현, 김재원 의원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13일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원유철 의원이 소환됐다. 특히 최경환 의원은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전날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접수된 상태다. 한국당은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는 동의하되, 표결에는 참석하지 않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 없이 회기가 종료될 경우, 한국당은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방송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재인 정권이 현재 국정원 특활비 문제를 정치보복의 수단과 무기로 악용하고 있다"면서 표결 불참 여부를 묻자 "1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존중한다"고만 답했다.
두 번째 과제는 계파 갈등 청산이다. 홍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해 '고름' '암덩어리' 등으로 지칭하는 등 계파 갈등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김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친박계 입지가 더 좁아져 홍 대표가 당내 친박청산 작업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홍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은 만큼 '홍준표 사당화'를 의심하는 친박계가 원내지도부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단결된 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김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과제는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 회복이다. 한국당은 아직 내년도 예산안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 지도부는 우왕좌왕하며 명분과 실리 모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한국당이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법인세 인상이 통과됐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조건으로 개헌, 선거구제 개편 추진 등 '이면 합의'를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한국당은 오히려 '패싱'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강한 야당'으로서의 한국당을 부각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투표 전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당의 당면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또 "야당의 대여투쟁력을 강화해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독선을 막아내겠다"면서 "야당은 일단 잘 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관심을 확보할 수 있다"고 '투쟁하는 야당'을 거듭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에는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포퓰리즘을 막는 '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국정원 개정안 등 정부·여당의 개혁법안의 저지 여부에서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여당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당내 정치보복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여당과의 협상에 앞장서야 하는 분이 투쟁에 앞장서는 역할을 맡는다면 앞뒤에 맞겠나"라며 "그 자리는 다른 분에게 넘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매우 합리적인 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말씀으로는 대여투쟁을 강력하게 하겠다, 하는데 그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