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정신질환 환자 강제입원제도

갈피 못잡는 정신질환 환자 강제입원제도

의사 부족에 시행 1년 추가 유예… 醫, “문제 많다” 법 재개정 촉구

기사승인 2017-12-29 10:39:15

지난 7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보건법)’이 시행됐다. 환자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강제입원문제가 불거지며 개정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법을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정신과전문의 홀로 강제입원을 결정하는 것은 인권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법은 시행하지만 진단전문의를 2명으로 늘리는 것은 인력의 한계가 있다고 인정해 예외를 인정했다.

정신보건법 상 진단전문의 2인의 판단에 의거해 강제입원이 가능하며 2명 중 1명은 국·공립 및 지정진단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여야 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같은 의료기관의 전문의 2명이 입원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한 것.

문제는 국·공립 및 지정 의료기관의 정신과 전문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법 시행에 앞서 16명의 전문의 모집공고를 내고 인력 수급에 나섰다. 그러나 채용된 인원은 6명이 전부다. 

결국 복지부는 지난 19일 추가진단 전문의 예외규정 시행방안을 2018년 12월 31일까지 1년을 추가로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시행 당시에도 국·공립 전문의가 많지 않아 예외를 뒀는데 채용 시기를 놓쳐 1년 연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기간이 끝나는 2~3월 중 전문의 이직이 많기 때문에 시기를 보고 있다”며 “인권이라는 최상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서로 다른 기관의 정신과 전문의가 2중으로 확인하고, 입원적합성심사를 통해 1번 더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가 추가 진단 전문의 지정일 뿐, 정신보건법 자체가 가진 행정적·법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정신과의사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산간 태우는 꼴”이라며 법에 의해 의사는 범법자가 되고 방어진료에 급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여러 개정안을 병합심사하며 급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조항 간 충돌이 발생하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목적과 취지가 달라져 환자와 의사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치료를 빨리 받도록 하고, 치료가 된 사람은 빨리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만성질환자가 10~20년 입원해있고 주취자를 강제입원 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개선에 앞서 이들이 치료받고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단기입원을 까다롭게 만들어 치료가 필요 없음에도 오래 입원하는 사람을 줄이는데 집중함에 따라 꼭 필요한 사람이 입원을 하니 못하거나 강제퇴원을 당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치료가 뒷전으로 밀릴 정도의 과도한 행정업무나 입원적합성심사와 계속입원심사의 이원적 구조와 기준도 개선돼야할 점으로 거론했다.

그는 “법을 다시 바꿔야한다. 당장은 2인 진단이 가장 큰 문제다. 100명 중 1명이 안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너무 많은 인력과 자원, 행정력이 낭비된다. 그럼에도 1인 진단과 달라진 점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보고 관계기관 및 단체와 충분히 소통해 현실적이고 도입 가능한 입원체계나 환자치료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2인 판단체계는 강제입원에 의한 인권피해 등을 원천 방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 존재만으로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문제들에 대한 법 개정 필요성도 인정한다. 전문의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현실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학계 및 인권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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