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비밀리에 상호군수지원협정(MLSA)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을 두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던 자유한국당(한국당)은 당황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2일 한국일보는 전직 군 고위간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13년 10월쯤 한국과 UAE의 군수 분야 국장급이 만나 비공개로 MLSA를 체결했다"면서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국회에도 MLSA 체결을 알리지 않고 청와대와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 지시로 은밀히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또 MLSA 체결이 원전 수출에 대한 대가였다는 의견도 나왔다. UAE를 달래기 위한 이면 합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지난달 임 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UAE를 전격 방문한 것도 이처럼 과거 정부에서 원전 수주 대가로 군사지원을 하는 왜곡된 양국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UAE 원전게이트' 국정조사를 끈질기게 요구해온 한국당은 난감하게 됐다. 완전히 문제를 잘못 파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원전 수주를 문제 삼다 UAE와 관계가 악화됐다는 논리를 펴왔다. 또 청와대 앞을 찾아 기자회견까지 열며 'UAE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이슈를 키워왔다.
청와대는 한국당의 계속된 진상규명 요구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임 실장 방문 목적 관련) 사실을 얘기하면 한국당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임 실장의 UAE 방문이 보수 야당과 관련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6일 국회를 방문해 한국당이 UAE에 진상조사단 파견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만일 가시면 별 소득이 없으실 것"이라고 발언했었다.
한국당은 이제 방향을 틀어 '청와대가 야당을 협박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한국당은 1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친(親) 정권 언론 매체를 동원해 'UAE 게이트'를 물타기 하는 것도 모자라 야당을 향한 협박질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실을 말하면 한국당이 감당할 수 있냐'며 공개 협박을 하고 있다. 무척 교활하고 악랄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임 실장은 지난달 30일 UAE 특사 방문과 관련해 처음으로 해명을 내놨다. 임 실장은 "UAE 측이 방한하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며 그간 언론 보도에 직접 해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UAE와의 신뢰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UAE 왕세제 최측근이자 임 실장이 왕세제를 면담했을 때 배석했던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내년 초 방한할 예정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