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엎친 데 덮친 격…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강화에 집단소송까지

항공업계, 엎친 데 덮친 격…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강화에 집단소송까지

공정위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강화 개정안 오늘 18일까지 마련

기사승인 2018-01-09 05:00:00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강화’ 개정안을 1월 안에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이스타 항공의 15시간 지연사태에 대해 집단소송까지 진행돼 향후 사항에 대해 항공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소송은 기내 장시간 대기를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공정위는 항공기 지연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많다는 것에 주목해 소비자 보상이 강화된 분쟁 해결 기준을 오는 18일까지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국내선 1~2시간 지연 시 구간 운임 10% 배상, 국제선 4시간 이상 지연 시 300~600달러 배상 등  항공 지연 등에 따른 소비자 보상액 등이 기존 대비 최대 2배까지 높아졌다. 특히 기상악화, 항공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항공사가 ‘직접’ 입증해야 면책을 받을 수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선 지연율은 12.5%로 전년 동기대비 7.4% 감소했다. 국제선 지연율은 6.5%로 전년 동기대비 0.6% 증가했다.

항공사 별로 살펴보면 국내선 지연율은 진에어가 14.9%, 티웨이 14.5%, 아시아나항공 13%, 이스타 12.8%, 에어부산 11.7%, 제주항공 11.7%, 대한항공이 11.2% 등으로 집계됐다.

국제선 지연율은 아시아나항공이 10%, 이스타 7.5%, 대한항공 6.4%, 티웨이 5.5%, 제주항공 5%, 진에어 4.9%, 에어서울 2.9%, 에어부산이 1.1% 등이다.

지난해 3분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상담 건수는 모두 2688건으로 전년동기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피해 구제 접수는 300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내용은 항공권 취소 시의 취소수수료로 인한 분쟁이 157건(52.3%), 지연·결항으로 인한 피해가 61건(20.3%)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내 항공사들은 운항 지연 시 항공사가 공정위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개정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에게 모두 다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라 아쉽다”며 “기상상태, 공항사정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까지 항공사가 입증해야 보상 책임 면제해주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외국항공사들도 이 같은 방안을 적용받지는 못할 것이라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성탄절 연휴 당시 기상악화로 14시간 20분 동안 이스타 항공 기내에 대기했던 승객 64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소송을 담당한 김지혜 변호사는 “항공사 측은 장시간의 ‘활주로 이륙지연’이 발생했을 때 승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활주로 이륙지연’이란 항공기에 승객을 탑승시킨 채 활주로에서 장시간 이륙이 지연되는 것을 뜻한다.

현행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는 기내에 승객을 탑승시킨 채 국내선의 경우 3시간, 국제선의 경우 4시간을 초과해 지연해선 안 된다. 불가피한 이유로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30분 간격으로 지연 사유 등을 알려야 한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승객들은 지난달 23일 이스타항공 ‘ZE605편’에 탑승했는데 항공사로부터 이륙순서 첫 번째로 대기 중이라고 전달받았지만 수하물 탑재 지연, 기상 악화 등 이유로 이륙이 지연되면서 기내에 약 14시간20분 동안 갇혀 있었다.

이들은 대기한 5시간 후 커피와 와인을 제외한 모든 음식이 동이 났다는 기내 방송을 들었고 8시간 후 항공사로부터 봉지비빔밥, 13시간 후 컵 국밥 등을 제공받았다. 결국 14시간20분이 지난 후에야 승객들은 ‘대체편 제공 없는 결항’을 통보받았다. 상당수 승객들은 미리 예약해 놓은 숙박비를 날리는 등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일부 승객들은 밀폐된 공간에 오래 갇혀 있다가 공황장애 증세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결항이기 때문에 보상의무가 없지만 고객 위로 차원에서 위로금 10만원을 지급했고 지급 조건은 민형사상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은 지난 2010년 활주로에서의 지연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고 위반 시 승객 1인당 최대 2만7500달러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활주로에서의 지연 시’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이 행정규칙인 ‘고시’로 규정되어있지만 비행기에서 내릴 가능성 고지 등에 관한 내용이 없고 위반 시 적절한 제재조치가 없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항공사의 책임이 인정되어 활주로에서의 지연 시 항공교통이용자 보호 규정을 보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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