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악성댓글을 토로한 기자에게 연이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 중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 비판 기사에 안 좋은 댓글이 많이 달린다"면서 "(문 대통령) 지지자분들께서 보내는 격한 표현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지자들께 어떻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전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질문하고는 "그래야 편하게 기사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저 역시 악플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다.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시라고 본다"면서 "기자분들도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나. 너무 예민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박 기자의 질문은 거센 역풍에 부딪혔다. 질문이 신년기자회견 성격에 걸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폐청산, 부동산 정책 등 국민이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야 할 시간을 허비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기자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화제가 됐다. 그가 최근 영화 '1987'을 관람한 문 대통령을 두고 '정치색 짙은 영화 일람한 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것까지 누리꾼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더해 같은 날 TV조선 기자가 질문을 하나씩 하기로 한 '룰'을 어기고 여러 개 질문을 한 것도 보기 불편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TV조선 기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 뒤 문 대통령이 "(질문) 하나만 선택해 다시 한번 해달라"고 하자 "대통령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답했었다.
박 기자는 같은 날 기사를 통해 질문의 의도를 해명했다. 여기서 박 기자는 "문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서 "이는 청와대를 출입하는 여러 기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어하는 '질문'이자 '요청'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반응은 차갑다. 해당 기사에는 11일 오전 11시 기준, 1만1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시민 항의를 왜 대통령더러 자제시키라 말라냐" "기자는 대통령과 정부 비판 기사를 써도 되면서 독자나 네티즌은 비판 댓글 달지 말라고?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냐" "애잔하다. 애도 아니고 엄마더러 혼내달라는 얘기냐" "매를 번다는 게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우용 역사학자도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살해, 고문, 해고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기사를 써야 기자"라면서 "고작 독자들의 '악플'때문에 기사를 쓰기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자들에게는 '기레기'라는 이름도 아깝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 "오늘 조선일보 기자의 저 발언은 한국 언론사에 '치욕'으로 기록돼야 마땅하다"며 "조선일보 기자가 대통령에게 '지지자 댓글 단속'을 부탁한 건 대통령 지지자들과 국정원 댓글 부대원이 같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