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주민센터에 나이가 지긋해 머리가 희끗한 70대 할아버지가 한손에 하얀 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그러면서 앞에 있던 한 공무원에게 이 봉투를 건네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 봉투에는 총 192만3850원이 들어있었다.
사실 이 돈은 이 할아버지가 지난 한 해 동안 무료로 우산을 수리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한 시민들이 준 돈을 모은 것이었다.
이날 할아버지는 봉투 말고도 누군가가 쓰다 버린 우산 7개를 말끔하게 고쳐 민원인들을 위해 써 달라고 가져왔다.
할아버지는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우산을 수리해왔는데, 2013년 1월부터 올해로 6년째 이렇게 알토란 같이 모은 성금을 기탁해오고 있었다.
지난 6년 동안 기탁한 성금만 1000만원 가량으로, 지금까지 60여 명의 저소득 청소년들이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한 평생을 우산에 바친 할아버지는 2013년부터 재능기부로 시민들에게 무료로 우산을 수리해왔다.
할아버지는 무료인데도 시민들이 고맙다며 건네준 한푼 두푼을 1년 동안 차곡차곡 알토란 같이 모았다.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많이 안타까웠다”며 “주변에 더는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다. 주민센터에서 열린 기탁식에도 초청을 받았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우산수리공으로서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아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강병곤 오동동장은 12일 “작은 나눔들이 모여 하나의 큰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재능기부를 통해 모은 성금을 해마다 기탁해 따뜻한 이웃사랑을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