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호주를 꺾고 조 1위 8강행을 달성했다. 기대와 아쉬움이 한 데 섞인 한판이었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거침없었지만 동시에 침착함이 필요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17일 오후(한국시간) 중국 장쑤성의 쿤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호주를 3대2로 꺾었다. 이로써 2승1무 승점 7점이 된 한국은 D조 1위를 확정지으며 오는 20일(토) 오후 5시 말레이시아(C조 2위)와 맞붙게 됐다.
이날 한국은 후반 20분까지 완벽했다. 전반 그라운드를 지배한 한국은 후반 호주의 강력한 푸시에 쫓기는 와중에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며 ‘이기는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공격수간 호흡이 점점 합을 맞춰가는 모양새다. 앞선 베트남, 시리아전에서 공격의 실타래를 풀지 못한 것 대비 훌륭한 연계가 나왔다. 전반 44분 한승규의 득점은 상대 밀집수비 속에서 만들어낸 득점이란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그러나 축구는 90분 경기다. 89분을 잘해도 1분간 실수하면 다 잡은 승리를 놓칠 수 있다. 때문에 이날 한국에게 남은 첫 번째 반성은 ‘집중력’이다. 전술적 문제는 차치해 두고서라도 선수들의 잦은 실수가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이 연거푸 나왔다. 3골 차이가 선수들의 긴장도를 떨어트렸다면 프로로서 옳은 자세는 결코 아니었다.
특히 측면에 대한 불안감은 앞선 시리아, 베트남전에서도 있었다. 양쪽 측면 수비를 맡고 있는 국태정(포항), 박재우(대전)은 상대 팀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상대팀은 모두 측면에 대한 집요한 공략을 시도했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단순 전술적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는 선수의 집중력과 기량 문제였다.
물론 감독의 전술적 판단도 짚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후반 내내 호주의 파상공세에 직면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헤기어가 투입되고 한국 수비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집요한 측면 돌파로 한국 수비는 바람 앞에 등불처럼 불안해 보였다. 결국 후반 27분과 31분, 단 4분 만에 2실점을 허용했지만 사실은 그 이상의 실점이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은 장면들이 많았다. 이후 추가시간까지 한국은 계속해서 두들겨 맞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침묵했다. 골키퍼 강현무의 동물적인 선방이 없었다면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벤치에서의 적절한 대응은 선수들의 신뢰에 직결된다. 이날 경기에서 김 감독이 ‘믿음의 축구’를 구사한 건 실제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지난 2016년 거둔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겠다고 다짐한 김 감독이다. 그러나 이제야 조별리그를 넘었을 뿐이다. 8강 상대인 말레이시아는 전력에서 한국보다 한참 뒤진다. 일방적인 수비 전술을 꺼낼 가능성이 높다. 4강에선 일본을 만날 수 있다. 험난한 산을 두 세겹 앞에 둔 상황에서 김봉길호에게 변화가 필요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