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산업재해...근본적인 해결책은

잇따른 산업재해...근본적인 해결책은

잇따른 산업재해...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사승인 2018-01-27 05:00:00

산업 현장에서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잇따른 사망 사고… 반복되는 인재(人災)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근로자 사망사고는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해당 사업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6명으로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특히 파이넥스 공장에서 인재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2015년 파이넥스 1공장 내 용해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해 7월에는 4고로에서 고온의 슬래그를 야적하던 중 화재가 났다.  같은해 12월에는 파이넥스 3공장 주변 플랜트 산소설비가 폭발해 외주업체 직원 2명이 숨졌다.

25일 발생한 사고도 제철소 파이넥스 공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공장에서 발생했다. 4명 사망자 역시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외부업체 근로자들이 산소공장 냉각탑에서 충전재를 교체하는 과정에 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유가족에게 사과와 함께 사고대책반을 설치, 신속한 사고수습을 한다는 계획이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도 최근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지난 23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김모씨가 산소절단기로 취부 작업용 철판 부재를 제거하던 작업을 하다가 몸에 불이 붙었다. 전신 75% 화상 진단을 받은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5일 새벽 2시께 숨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사고로 25일 하루 자체적으로 전면 작업을 중단한 채 모든 사업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26일에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의 작업 중지 명령에 따라 조선사업본부의 선박 제조 생산을 중단했다. 생산 재개 여부는 다음 주 고용노동부 심리를 통해서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는 근로자가 고무 원단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와 롤에 끼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는 기계 외부에서 버튼을 조작해 작동시키는 설비로, 사람이 수작업을 할  여건을 갖추지 않는 장비였다. 

설계 상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 장치가 빠져있던 탓에 작업자가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안전 강화를 위해 780여억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노동청에 제출했다.

◇현대重 '최악의 살인기업'·한국타이어 '은폐'…피해자 대부분 하청업체 직원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6 중대재해 보고’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모두 11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 중 7명은 하청노동자였다.

한국타이어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산재 은폐 최다 사업장으로 꼽혔다.

국내에서 매해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2400여명으로 OECD 가입 국가 중 부동의 1위이라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칠레, 터키, 멕시코보다도 산재 사망자 수가 많고 영국의 11배 일본과 독일의 5배나 더 많다.

특히 한국고용정보원 ‘근로환경에서의 위험노출 정도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모든 위험 요소에 더 노출돼 있다. 위험에 노출될 확률은 비정규직이 최대 1.8배 정도 높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도 비전형 근로자들의 위험 노출 확률이 높다. 비전형 근로자는 보험모집원 등 특수형태 근로자, 파견근로자, 용역근로자, 가정 내 근로자, 일일 근로자 등 일반적으로 근로방식이나 근로시간, 고용의 지속성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인 근로자들이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4월에 발표한 2016년도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 통계 산출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사고사망만인율은 원청+상주 하청업체(0.21) > 원청+상주 및 비상주 하청업체(0.20) > 원청(0.05)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고사망만인율(0.21)이 원청(0.05)의 4배에 달했다.

조선업과 철강업의 재해율은 원청, 원청+상주 하청업체, 원청+상주 및 비상주 하청업체 순으로 나타나 원청업체에 하청업체를 포함시키면 재해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파견·용역 근로자 등에 대해 사업주는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없기 때문에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단기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교육이나 안전보호구 지급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청 책임 강화·도급 금지 업종 확대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산업재해의 사각지대 ‘사내하청’보고서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산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원청의 책임 강화와 도급 금지 업종 확대라는 투트랙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의 사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에 따르면 산재 사망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사업주의 실형은 거의 없으며 중대재해 1건당 평균 50만원 벌금에 그치는 수준이다.

영국에서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산재사망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며 호주, 캐나다도 산재 사망에 대해선 처벌 수위와 고용구조에 관계없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계에서 특별법 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구건서 노무사는 “사내하청 계약관계는 사람의 노동력을 거래하는 계약임에도 최저수준의 임금을 맞추거나 물건을 거래하듯 계약자유에 방임한다는 것이 문제점 중에 하나”라며 “근본적으로 인간존중이라는 헌법원리를 존중하는 경영문화와 노사문화가 정착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이훈 기자 hoon@kukinews.com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이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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