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하철 몰카’ 판사·경찰, 징계는 극과 극

[단독] ‘지하철 몰카’ 판사·경찰, 징계는 극과 극

감봉 4개월 판사 vs 해임된 경찰… 오용되는 법관징계법

기사승인 2018-01-29 08:20:03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판사가 있었다. 

서울동부지법에 적을 둔 올해 32세의 젊은 판사 A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열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한 여성의 신체를 수차례 촬영하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의 신고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체포됐다. 

유사한 시기에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힌 경찰도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단 소속 46세 B경위는 A판사가 검거된지 1달여 만인 8월 28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여성들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다 지하철경찰대의 현장단속 중 덜미를 잡혔다.

두 사건은 법을 집행하고 수호해야 하는 형사사법기관 공무원들의 유사범죄라는 점, ‘호기심’이라는 변명과 ‘초범’이라는 여건, 대통령이 직접 선포하고 사법권이 적극 이행하고 있는 ‘몰카와의 전쟁’ 중 징계결정이 이뤄지는 환경 등 많은 부분이 닮았다.

두 사람 간의 차이라면 1명은 판사, 다른 1명은 경위 직급의 경찰이라는 점과 A판사의 아버지가 현역 국회의원인데 반해 B경위의 부모님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공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정도다.

하지만 범법행위에 대한 징계수위는 극과 극을 달렸다. 

대법원은 최근 A판사에게 감봉 4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서울지방경찰청은 B경위를 해임했다. 이유는 대법원과 같았다. 위신과 품위를 손상했다는 것이 징계 이유다.

일반적인 공무원 징계처분은 파면, 해임의 중징계와 정직, 감봉, 견책의 경징계로 나뉜다. 즉, 유사한 범죄를 저지를 경찰은 옷을 벗어야하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판사는 4개월간 임금의 3분의 1이 줄어들 뿐이다. 심지어 A판사는 사직서를 제출해 징계처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해 9월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공무원, 군인 등이 몰카 관련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공직에서 배제하는 ‘디지털성범죄 공무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이 논의된 후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감봉 4개월이 내려진 배경과 징계수위가 낮은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법관 징계법에 따라 법관은 정직, 감봉, 견책의 3종류로 징계처분이 내려진다”는 규정만을 언급할 뿐 공식적인 대답을 피했다.

경찰과의 징계수위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징계 양정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다른 사안과 비교해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 “해당 법관은 사직서를 제출, 지난 15일자로 의원면직 처리됐으며 사직서 수리 이후 징계처분이 집행되지 않지만, 징계처분 사실 자체는 유효하다”는 설명만을 남겼다.

이와 달리 경찰 감찰계 관계자는 “법률을 집행하는 기관에 소속된 이의 범죄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징계가 조금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자의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완화할 경우 기강과 정신이 느슨해질 수 있다”고 중징계 처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히며 “통상 경찰은 음주운전만으로도 정직 3개월 이상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안의 경중이나 여건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검사나 판사들의 범죄에 대한 징계는 그보다 낮은 것 같다”고 평소 느낀 불평등함을 간접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판사는 법관징계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내·외적 압력이나 견제를 방지하고 법률에 의거해 소신껏 판결을 내려 판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검사징계법이나 여타 공무원 등의 징계규정과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져오는 상황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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