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형 화재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을 찾은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들이 빈축을 사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27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총 39명에 이른다. 부상자는 총 151명이다.
분향소를 찾은 홍 대표는 화재 원인을 문재인 대통령에 돌렸다. 홍 대표는 같은 날 오후 1시30분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 합동분향소에서 "정부가 아마추어라 예방행정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오늘이라도 당장 대통령이 전국에 소방점검 특별지시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초동 대처를 잘했으면 이런 참사가 발생했겠느냐"면서 "내가 경남도지사를 맡은 4년4개월 동안은 항상 특별 소방점검을 했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유가족은 홍 대표를 향해 "소방법 반대했잖아" "소방법 반대한 사람이 여기 왜 와"라며 항의했다. 홍 대표는 해당 유가족을 향해 "민주당 애들이 여기도 있네"라고 응수했다.
앞서 지난 26일 김성태 원내대표도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원내대표는 밀양을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청와대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기본적 생명권도 지켜내지 못하는 이 무능한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에 화가 난다"면서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불난 곳에 정치하러 왔냐" "불난 곳에서 적폐청산 얘기를 하느냐"는 항의에 김 원내대표는 급히 자리를 떴다.
급기야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참사는 정치적 공방 소재로 비화했다. 한국당은 28일 "야당이 엄한 질책을 색깔론으로 덧칠해 순간을 모면하려는 민주당의 발버둥이 참 애처롭다"면서 "한 달 남짓 만에 100명이 넘는 무고한 국민의 죽음 앞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자중하고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에 대한 티끌만 한 비판이 나오면 참을성 없이 발끈해 막말을 해대는 옹졸한 민주당이 참 가엾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현송월 때문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막말을 내뱉더니 청와대와 내각의 사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면서 "한국당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밀양 화재 참사마저 색깔론 공세를 퍼붓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