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치매 치료 사업, 경중 없는 예산 분배에 실효성 논란

정부 주도 치매 치료 사업, 경중 없는 예산 분배에 실효성 논란

5개 과제에 2000억원씩 투입, 다부처간 소통 부재도 우려

기사승인 2018-02-07 08:24:34

국민들의 치매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치매 연구개발 사업’을 시행하고, 10년간 1조105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사업기획안에 따르면 ▲원인규명 및 예방 ▲혁신형 진단 ▲맞춤형 치료 ▲체감형 돌봄 등 5개 과제에 각각 약 2000억원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중에 상관없이 5개 사업에 예산이 일괄 배분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부처가 협력하는 만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6일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구체적인 사업기획안 발표와 함께 이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자리에 참석한 분당서울대병원 김상은 핵의학과 교수는 “현재 사업 진행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국가 전체 보건의료 R&D의 7%로, 규모가 큰 단일사업이기 때문에 예산 분배나 집행 효율성을 충분히 고민해 실행해야 한다”며 “그런데 사업비가 전체 5개 과제에 2000억원씩 공평하게 나눈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양한 치매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효과적인 예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세운 ‘원인규명 및 예방’ 과제에는 총 2071억원의 예산이 잡혀있다. 치매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정확한 조기 진단법을 개발하는 ‘현신형 진단기술’ 사업에는 2109억원이 투입된다. 치매 치료제 및 치료 개발을 위한 ‘맞춤형 치료 기술’ 과제에는 2123억원이, 환자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획된 ‘체감형 돌봄 기술’에는 1931억원이 지원된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해지도록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치매 인프라 구축’에는 2000억원이 투입된다.

김 교수는 “물론 초기단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잘하는 분야에 더 투입하고 못하는 분야는 줄이는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또 개발된 기술들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원활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관련 부처가 패키지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기업 젬백스엔카엘 송형곤 대표는 “약 1조2000억원의 예산을 5개로 나눠 분배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업 기획에 참석한 인원들의 형평성이 고려가 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국민 행복을 위한 목표들인데 이를 5개로 나누는 것이 맞는가. 정말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완급조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모이면 효율이 떨어진다. 부처 간 장벽, 소통의 부재는 항상 나오기 때문에 그 부분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관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최근 심평원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치매 진료 환자 수가 450만명으로 집계됐다. 70%는 의원급, 중소병원급에서 진료를 받았다”며 “그런데 임상시험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진다.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환자들은 대부분 치매가 많이 진행된 경우다. 작은 병원도 일정 조건만 갖추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과기부 서경춘 생명기술과장은 “부처간 장벽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이번 사업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단언하면서 “다섯 개의 세부 과제 중 어느 한 분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동등하게 예산이 투자될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50년 국내 치매 환자 수가 약 3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다. 실제로 치매는 지난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의료비 지출(34.3%), 환자·가족의 고통(54.8%) 부문 질환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큰 질환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