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오는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도 전혀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군산공장은 지난 8일부터 가동중단에 돌입한 지 6일 만에 폐쇄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 군산 지역 사회 후폭풍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 한국지엠 “사업 구조조정 위한 노력의 첫 걸음” VS 노조 “일방적 통보”
한국지엠은 13일 회사 경영 자구안의 일환으로 군산공장의 폐쇄 조치를 포함한 사업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결정 이유로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 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었다.
한때 연간 생산량이 연간 8만대에 달했던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는 준중형차 크루즈과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준중형 세단인 ‘올 뉴 크루즈’를 생산해왔으나 판매실적 저조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3500여명의 직원 수도 2000명으로 대폭 줄었고 최근 한 달 사이에는 5일 정도만 공장을 돌릴 정도로 일감도 줄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며 “최근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지엠 임직원, 군산 및 전북 지역 사회와 정부 관계자의 헌신과 지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발표된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노조와 합의된 내용이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라며 분노했다. 이에 노조는 사무지회와 부평공장 상집 및 대의원들을 소집한 상태다. 사측의 결정에 반대하는 긴급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 측은 “조합에서는 구조조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냐 물었으며 회사는 우리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이에 노조에서는 긴급하게 사무지회와 부평공장의 상집 및 대의원들을 소집한 상태”라고 밝혔다.
◇ 한국지엠, ‘정부 지원’ 압박하기 위한 포석?
GM은 지난 2015년부터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유럽과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러시아 등지에서 잇달아 철수해왔다.
GM이 그동안 세계 각 지역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각국 정부를 상대로 지원금을 요구했던 사례를 볼 때 한국지엠의 이번 발표는 설을 앞두고 정부 지원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GM은 지난 2009~2010년 공장 유지를 위해 독일‧영국‧스페인‧벨기에 정부에 지원금을 요구했다. 호주 정부가 2013년에 보조금을 삭감하자 현지생산 철수를 선언하고 생산을 줄여나갔다. 2016년에는 캐나다 오샤와 공장을 폐쇄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KDB산업은행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비공개 면담을 하면서 ‘한국지엠의 차입금 10억 달러(한화 약1조619억원) 상환에 도움을 주면 연간 20만대 수출물량을 한국지엠에 신규 배정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는 이날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며 ‘노동조합, 한국 정부, 주요 주주(=산업은행)’라고 한 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댄 암만 GM 사장은 1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나머지 3개 공장의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GM은 한국에 있는 4곳(인천·군산·창원·보령)의 공장 중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정부, 노동조합과의 협상 결과를 토대로 몇 주 안에 나머지 공장들의 폐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