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거부로 인한 환자위해사건 없어질까

진료거부로 인한 환자위해사건 없어질까

기사승인 2018-02-22 11:33:19

의료법 15조 1항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라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료인 또는 대표원장을 보기 전에 진료접수를 위해 원무과 직원을 만나게 된다.

문제는 원무과 직원은 의료인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들에 의한 진료거부가 의료법 위반행위인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1만7000원의 진료비를 미납한 전력이 있었던 A씨는 응급실을 찾았지만 원무과 직원의 접수 거부로 진료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은 “A씨가 스스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이상 응급환자인지 판단은 의사의 진단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접수창구직원이 섣불리 판단해 진료나 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할 수 없다"며 금고 1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이 알려진 후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호자 미지정, 입원보증인 부재 등으로 입원을 거부허거나 수술을 지연시키는 자가 비의료인에 해당하는 원무과 직원 등인 경우 진료거부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어왔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로 한정된 진료거부 금지조항을 원무과 직원 등 의료기관 종사자로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원무과 직원 등을 의료법 15조에서 의료기관 개설자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해왔지만, 통상적 단어나 문장이 갖는 의미의 해석범위를 넘어서며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문제가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 개정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반대를 넘어야 할 전망이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는 물론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김숙희)까지 의료법 개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진료거부 금지의무 대상만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며 비의료인을 진료거부 금지의무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사협회는 “진료 주체가 될 수 없는 비의료인에게 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대상을 명백히 잘못 규정한 것”이며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모호한 제한을 두고 의료인 스스로에게 판단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 또한 “의료인에게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보장해야 할 법률이 오히려 진료를 방해하는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존재하고, 환자와의 불필요한 분쟁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국민의 진료권 보장과 함께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피해방지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료급여와 응급진료비 대불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급여의 늦장지급, 대불제도 활용을 막는 수많은 조건으로 의료기관은 손해를 보고 있으며 진료비를 낼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책임을 민간의료기관으로 전가하고 있는 것과 같아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원협회는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엄밀히 의료기관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잘못 판단해 진료기회를 지연·차단한다면 이는 진료거부라기 보다는 진료의 시작 이전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거나 그러한 권한 없이 판단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적합할 수 있다”면서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현행 형법에 따라 의료법 위반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며 반대이유를 설명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