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40년만에 보증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내놓은 ‘신위탁보증제도’가 도입 발표 후 2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신위탁보증제도는 도입이 발표된 이후 중소기업들의 반발과 기술보증기금의 중소벤처기업부 이관으로 동력을 상실할 채 표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은 물론 중소기업계의 반발에 제도 도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전 정권에서 추진한 정책인 만큼 정권 교체와 함께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중기부는 아직까지 신위탁보증제도 시범운영을 위한 합의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위탁보증제도는 도입에 앞서 시범운영 계획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위탁보증제도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공적 보증기관으로부터 10년 이상 장기보증을 받은 중소기업의 보증 심사·발급업무를 은행에 넘겨 직접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보와 기보에서 10년 이상 보증을 받아 연명하고 있는 한계기업을 민간 금융사인 은행의 심사 능력을 통해 걸러내고, 한계기업에 제공되고 있던 보증 여력을 창업 기업이나 혁신 기업에 밀어주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10월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이 발표되자 마자 이를 담당할 은행권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은행권은 보증한 중소기업이 부실화되면 신·기보의 대위변제 한도(대출액 4%)를 넘어서는 손실을 모두 은행이 떠안아야 해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은행의 반발과 함께 중소기업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중소기업들은 은행이 보증 심사를 담당할 경우 성장성이 높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재무재표 중심의 보증심사로 보증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금융위는 이에 신위탁보증제도의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며 제도도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신위탁보증제도의 핵심 기관인 기보가 중기부로 이관되고, 중기부가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제도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위탁보증제도는 금융위에서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제도로, 중기부는 이 제도가 기존 방안 그대로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에 많은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제도 도입에 협의가 필요한데 최근 들어 금융위에서 아무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다른 중요 이슈가 많아 중기부와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을 뿐 중기부와 협의는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중기부와 중소기업 피해, 연대 보증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마무리되면 올해 상반기 안에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위탁보증제도의 도입이 지연되면서 도입을 위해 전산시스템 개발을 서두른 신·기보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만 허탈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기보나 은행들은 모두 정책을 실행하는 입장으로, 금융위와 중기부에서 협의해 정책을 확정해 주어야 하는데 협의가 되지 않아 도입도 폐지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로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