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돌아온 여행자에게’ vs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책 vs 책] ‘돌아온 여행자에게’ vs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기사승인 2018-03-05 05:00:00


같은 공간에 대한 인상이 정반대로 나뉘는 경우가 있다. 낮에는 하교하는 아이들이 떠드는 목소리로 평화로웠던 동네가 밤이면 혼자 걷기 무서운 골목길이 이어진 동네로 바뀌고, 낮에는 한적했던 거리가 밤이면 시끌벅적한 유흥가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여행지에 대한 인상도 비슷하다.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어도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기억으로, 누군가에겐 어두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개인이 느낀 감상을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여행 서적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여행 서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즐겁고 특이한 여행을 하고 왔음을 자랑한다. 당장 떠나지 못하는 독자들에겐 대리만족의 창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직접 떠나는 것만큼의 짜릿함을 주기는 힘들다.

‘돌아온 여행자에게’와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은 기존 여행 서적과 궤를 달리한다. ‘돌아온 여행자에게’는 돌아온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힘들어하는 여행자들에게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공감 어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식이다.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은 이 같은 방식의 여행도 가능하다는 걸 알려준다. 익숙한 제주가 탐험가인 저자에 의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 ‘돌아온 여행자에게’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등 여행과 관련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수십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력’, ‘갭이어’(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기간) 등 다양한 개념을 동원해 여행을 하면서 느낀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각 챕터가 짧은 편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다.

언뜻 여행 서적과 자기계발서를 섞어 놓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수많은 조언과 정의, 가벼운 조언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불편한 잔소리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18년간 쌓아온 저자의 여행 내공 때문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여행을 떠났고 매번 일상으로 돌아옴을 반복한 저자가 느낀 깨달음을 친절하게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대만의 베스트셀러 여행 작가다. 2010년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쪽지 한 장을 남긴 채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그가 여행하며 경험한 이야기와 깨달음을 적는 SNS는 구독자가 17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필명인 란바위퉈는 청백 슬리퍼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삼선 슬리퍼처럼 대만의 대중적인 슬리퍼라고 한다.


△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여행 서적보다는 과학 서적에 가깝다. 많은 분량의 사진에도 박물관 안내문 같은 어려운 설명들이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다. 몰랐던 제주의 모습을 알게 해주는 교육적인 책인 건 분명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읽게 해주는 건 저자의 솔직한 매력이다. 저자 문경수는 서문부터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 그에게 제주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탐험가가 됐는지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탐험에 대한 그의 열정과 환희로 이어진다. 탐험의 어떤 매력이 그를 움직이고 즐겁게 하는지 짧은 글에서도 느껴진다. 이후에 전개되는 책의 본문은 그가 탐험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느낌으로 읽힌다. 그것이 그에게 정말 소중한 이야기라는 것이 전해져 더 집중하게 된다.

저자는 이미 방송으로 얼굴을 알린 유명인이다. JTBC ‘효리네 민박’, OtvN ‘어쩌다 어른’ 등에 탐험가 문경수로 출연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미처 방송으로 전하지 못한 탐험의 감동과 울림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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