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G의 KB금융 사외이사 추천, “주주이기 때문에 나섰다”

APG의 KB금융 사외이사 추천, “주주이기 때문에 나섰다”

기사승인 2018-02-27 05:00:00

“주주이기 때문에 추천했다”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나선 ‘APG(네덜란드 연기금) 에셋 매니지먼트 아시아’의 박유경 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후보 추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는 APG가 KB금융에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한 것은 KB금융의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을 위해 주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다한 행동으로 설명했다. 

거버넌스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지만 기업적인 측면에서 회사에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회사의 의사를 결정하는 체제로 해석된다.

박 이사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 한 후 “KB금융의 사외이사를 추천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KB금융은 물론 한국 상장기업의 거버넌스는 지배구조 위주로 돌아간다. 그는 주주총회는 일년에 한번 반짝하는 행사일 뿐 주총 없이도 기업이 운영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상장기업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와 분리돼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네덜란드 증권사 CLSA(Credit Lyonnais Securities Asia)의 국가별 거버넌스 평가를 보면 2010년 8위였던 한국은 2012년 9위, 2014년 중국과 필리핀 보다 못한 11위로 밀려났다. 전체 11위 중에 11위, 꼴등으로 평가된 것이다.

또한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을 봐도 9곳을 제외한 41곳이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과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은행이 거버넌스에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거버넌스가 취약한 이유가 거버넌스를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부족’으로 설명했다. 거버넌스를 운영하기 위한 하드웨어적 틀은 상법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기업에서 운영할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것.

박 이사는 “법이 집을 세워 줄 수는 있다. 다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어야 한다. 핵심적으로 프로페셔널 인티그리티(professional integrity, 직업적 진실성), accountability(책임), goodwill(선의) 등이 필요하다. 이는 도덕에 나오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것들이 없으면 거버넌스의 토대가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탄탄한 법 체계 ▲공정 시장 메카니즘 ▲책임있는 경영진과 이사회 ▲활동적인 주주들 등 네 가지 요소가 더해져야 전통이 생기고 거버넌스가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이사는 국내 기업들의 불완전한 거버넌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 등 과정에서 대주주에 비해 소액주주가 공평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불러온 것으로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국내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키워야 하는 것으로 강조했다. 결국 주주이기 때문에 KB금융의 사외이사 후보자 추천에 나섰다는 그의 발언은 주주가 차별받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주주로서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기업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거래 등 기업 경영의 중대 결정사항에 대해 주총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사회의 결정사항에 대한 실명제 등 이사회의 책임성 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APG 에셋 매니지먼트 아시아는 KB금융의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제도'를 통해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최명희 후보는 내달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KB금융의 정식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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