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두고 여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를 비롯, 국회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해 법안 처리를 당부했다. 그러나 여야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 국회의장은 이 자리에서 "2월 임시국회가 오는 28일로 끝나는데 아직 손에 쥐는 것이 없어서 참 걱정"이라며 "일용할 양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여야 원내대표가 특별히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2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꼭 통과시켜야 하고 상가 임대차 보호법 등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면서 "정부 출범 10개월이 다 돼가는데도 정부조직법을 완성하지 못한 것은 국민이 보기에도 죄송한 일이다. 개헌과 관련한 교섭단체 간 협의 문제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며 회동이 무색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현송월·김여정·김영철에 의해 올림픽이 정치판으로 변질됐다. 한국당이 3수 끝에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에 하나도 한 것 없이 숟가락만 얹은 이 정권이 정치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라며 "김영철을 '개구멍'이 아닌 군사작전도로까지 열어주며 빼돌려 초호화 호텔에 국빈급으로 모시는 작태에 서글픔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이어 "교섭단체 영수회담을 그렇게 간절히 요청해도 수용하지 않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비난한다"면서 "대통령은 야당을 탄압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야당을 무시하고 있다. 정말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제1야당 원내대표의 심정"이라며 강경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출석을 비롯해 김 부위원장 방한 문제와 관련, 국회 차원의 긴급 현안 질의를 여당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 갈등이 높아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3일에는 김 원내대표와 박 수석부대표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직권으로 임 비서실장 출석을 요구하며 회의 시작 10분 만에 정회했다. 그는 이어 오후에 속개한 회의에서도 임 비서실장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15분 만에 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박 수석부대표는 "위원장 마음대로 개회·정회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마음에 안 들면) 때리세요"라고 말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대치 상황으로 국회 공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상임위가 잇따라 불발됐다. 결국 2월 국회가 빈손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