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대학교에서 자판기 사업을 운영 중인 A씨는 수금하러 갔다가 놀란 것도 잠시 화가 치밀었다.
동전과 지폐가 들어 있어야 할 통이 텅텅 비어 있었다. 설마하며 주변의 다른 자판기들을 살펴봤지만 역시나 빈 통이었다.
A씨가 빈 통을 보고 화가 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두 달 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져 경찰에 신고했는데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A씨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심야에 자판기를 훼손하지 않고 돈을 훔쳐가는 수법이 두 달 전 범행과 같아 동일범의 소행으로 봤다.
하지만 앞선 범행에서는 용의자를 추적할 만한 이렇다 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에 애를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포착됐다.
용의자가 범행 후 돌아가던 중 연료를 넣기 위해 들렀던 주유소의 CCTV 영상에 용의차량 번호가 찍혔던 것이다.
경찰이 용의자 신원을 확보하기 위해 용의차량 동선 20㎞ 거리에 있는 수천대의 CCTV 영상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였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B(36)씨를 신출귀몰한 대학 자판기 절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 19일 전북 익산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만능열쇠’ 4개도 압수했다.
B씨는 “유흥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B씨는 전국 8개 국립대학교를 돌며 교내에 설치돼 있는 자판기를 만능열쇠로 열고 돈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년 동안 B씨가 자판기 750대에서 현금 1500만원 상당을 훔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2013년 창원의 한 대학교에서 발생한 2건의 자판기 절도 미제 사건도 B씨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B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옥윤표 강력2팀장은 “수금 기간에 따라 피해 여부가 파악되지 않는 사례가 상당해 실제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범인이 잡혀 학생들이 괜한 오해를 받지 않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