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빈민과 저소득층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미소금융(micro credit) 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2009년 설립된 은행권 미소금융 재단들은 추가적인 재원 확보에 실패하며 사업 확장이 멈취선 상태다.
미소금융은 사회적 취약자를 대상으로 담보없이 창업자금이나 운영자금 등을 소액 대출해 주고,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사업이다. 지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사업이 전파됐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 등 국내 5개 은행이 자금을 출연해 운영중인 미소금융재단의 지난해 신규 미소금융 대출액은 87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보다 2억원 줄어든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KB미소금융재단(176→182억원), 신한미소금융재단(178→178억원), 하나미소금융재단(158→176억원), 우리미소금융재단(179→182억원)의 지난해 대출액은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IBK미소금융재단은 대출액이 2016년 176억원에서 지난해 158억원으로 감소했다.
미소금융재단의 대출 성장이 멈춰선 것은 은행들의 추가 자금 출연이 중단된 데 주로 기인하고 있다. 미소금융이 이익사업이 아닌 사외공헌 사업인 만큼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거나 확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속적인 자금 출연이 필요한 영향이다.
그러나 각 은행들은 각 재단의 수장을 은행장이 겸임하고 있음에도 초기 출연 이후 운영비 수준의 소액 출연 이외에 추가적인 재원 출연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나마 운영비 수준의 출연도 소수 은행에서 몇 년에 한 번씩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 측 관계자는 “은행권 미소금융재단의 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재원이 한정된 데 원인이 있다.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한데 재원 확장이 없다보니 대출 역시 늘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미소금융이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은행들은 지난해 11조2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30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들의 순익이 이자이익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은행이 빈민과 저속득층 지원을 외면한체 수익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부분이다.
다만 일부 미소금융재단 측 설명은 조금 다르다. 재단 측은 정부의 무관심이 미소금융의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재단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서민 금융지원은 정부의 주도에 따라 진행된다. 정부가 한 해 서민금융 정책을 설정하면 그에 따라 미소금융을 포함해 서민금융 지원 목표가 설정된다”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미소금융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거나 지원 목표를 늘리면 미소금융 대출도 자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