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막말 논란으로 구단에서 방출된 전 프로야구 선수 김원석(29)이 3개월여 만인 지난 1일 사과문을 올렸다.
김원석은 지난해 말 일부 팬과 도를 넘는 막말을 주고받다가 소속 구단인 한화 이글스에서 쫓겨났다. 당시 김원석은 몇몇 팬과 SNS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이상군 전 한화 감독대행, 팀 동료, 치어리더, 전태일 열사,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하했다. 아울러 자신이 선발 기용되지 못하는 이유가 지역 컬러가 맞지 않아서라며 ‘멍청도’라는 표현을 썼다.
김원석에게 메시지를 받은 팬이 대화 내역을 고스란히 온라인에 올리며 구단은 발칵 뒤집어졌다. 프로구단은 팬의 사랑을 먹고 산다. 한화가 김원석을 쫓아낼 근거는 충분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20일 “사적 공간인 SNS 개인 대화일지라도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유포된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김원석 방출 배경을 설명했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입을 열지 않던 김원석이 3달여가 지난 3월1일 비로소 입장을 밝혔다. 그는 “논란이 된 대화는 모두 제가 한 것이 맞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 여러 번의 다짐 끝에서야 이를 인정하고 사죄할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김원석의 ‘반성문’은 솔직했다. 그는 스스로를 오랜 기간 변변치 못했던 선수라 묘사하며 뒷바라지 해주던 가족 등 기대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사소한 고충을 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많이 외로운 감정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던 속사정과 불평 등 하소연의 말들을 인터넷에서 만난 제 팬이라는 이름조차 모르는 익명의 대화상대와 나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그릇’, ‘겸손하지 못했다’, ‘허세를 부렸다’ 등의 표현으로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마음속에서 저는 솔직히 야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제가 한 잘못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남아 저를 따라다닐 것이고, 야구는 제가 없어도 되지만, 저는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다.
김원석은 2012년 한화에 입단했으나 부각되는 활약 없이 1여년 만에 방출됐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독립야구단에서 재기에 성공한 김원석은 한화 복귀에 성공한다. 그리고 지난해 2할7푼7리 6홈런 26타점으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조금만 더 폼을 끌어 올리면 29살의 늦은 나이지만 충분히 A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보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어렵게 쌓아올린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의 사과문은 솔직했다. 진정성도 어느 정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진정성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실력은 연습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런식으로 무너진 신뢰는 회복할 수 없다. 더군다나 자신을 받아준 팀의 연고지역을 비하한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다. 아무리 특급 선수라 해도 구단들이 손을 내밀기 힘들다.
그는 사과문 말미에 “팬이 있어 프로가 있고 구단이 있는데, 제 사소한 현실을 부정하며 팬들을 욕보였다.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면서 깊이 사과했다. 그러나 깨닫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원석의 사연이 딱하다는 시선이 일부 있지만 그의 복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없다. 치어리더 비하 발언으로 빈축을 산 장성우가 kt에 입단하자 팬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구단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팬 비하의 무게는 그 몇 배 이상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