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현 상황, 독일‧캐나다 철수와 닮았다

한국지엠 현 상황, 독일‧캐나다 철수와 닮았다

노동자운동연구소 "길어야 4~5년 내 철수 할 것"

기사승인 2018-03-07 05:00:00

한국지엠의 현 상황이 GM이 독일 ‘오펠’, 캐나다 지엠을 철수하는 과정과 닮아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노동자운동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현재 상황이 유럽에서 ‘오펠’, ‘캐나다 GM’ 철수 과정과 유사하다.

지엠은 유럽 자회사 오펠 매각 과정에서 2009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공장을 폐쇄했다.  당시 오펠은 독일에 공장 4곳을 두고, 복스홀 브랜드로 영국에 공장 한 곳, 벨기에에 공장 한 곳을 두었다.

지엠은  벨기에 안트베르펜 공장을 폐쇄 이후 공장을 가지고 있는 다른나라들에게  2010년 초에 110억 유로(약 1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이것을 빌미로 오펠 공장이 있는 정부들에 23억(약 3조원) 유로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엠은 각국의 지원금을 고용 비중대로 할당했다.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선 독일과 영국 공장의 폐쇄 여부를 저울질하며 각국 정부의 지원 의사와 노조의 양보도 이끌어냈다.  

이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엠은 글로벌 전략에 따라  유럽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3월 프랑스 자동차 그룹 푸조·시트로엥(PSA)에 오펠과 복스홀을 매각했다.

지엠이 가장 먼저 건설한 해외공장 중 하나인 지엠 캐나다도 마찬가지였다. 본사 파산과 함께  경영위기에 처한 지엠은 캐나다 정부 지원을 압박하면서 오샤와의 트럭 공장을 먼저 폐쇄했다. 그러자 캐나다 정부는 2009년 미국 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구제 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해 총 108억 캐나다달러(약 8조원)을 출자했다. 이후 캐나다서 재무위기를 벗어났지만 다시 정부와 노조를 압박했다.

2016년부터 지엠은 다시 정부와 노조를 압박하면서 오샤와 공장의 라인 일부를 폐쇄하고 지난해부터 생산물량을 배정하지 않았다. 결국 지엠의 협박 속에 노조는 임금, 연금 등 단체 협약의 여러 부분을 양보했고 정부는 지원을 약속했다.

지엠은 스웨덴 사브에 대해서도 공장 폐쇄를 무기로 정부 지원을 압박한 전례가 있다. 지엠은 2004년부터 독일 오펠 공장이나 스웨덴 사브 공장 중 하나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스웨덴 정부는 대량 실업 사태를 우려해 20억크로나(약 2746억원) 이상 투자와 공장 인근 고속도로 개선 등의 지원책을 내놨다. 2009년 지엠 본사 파산 위기 때는 스웨덴 정부에 긴급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스웨덴 정부가 “사브를 살릴 주체는 지엠”이라며 거부하자, 지엠은 사브에 대한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갔고,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2010년 매각 이후로도 지엠과 지식재산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사브는 부침 끝에 지난해 6월 청산됐다.

한지원 연구원은 “지엠은 협상 과정에서나 타결 후에나 끊임없이 생산 물량배정과 투자를 인질로 정부와 노조를 압박할 것”이라며 “산업은행 요구대로 한국지엠에서 지엠 본사로 빠지는 비용이 줄어들고 5000억~1조원 규모로 현금 지원이 이뤄지면 한국지엠은 몇 년 더 운영이 가능하지만 길어야 4~5년 내 철수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철수 염두에 두고 고용 친화적인 구조 개혁으로 현 90만대 생산능력을 조정해야 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나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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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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