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만명에게 세금고지서가 잘못 전송된 사건으로 우리은행의 서울시 금고 독점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 금고 지정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은 향후 진행될 금고 지정 평가의 변수로 부상했다.
우리은행의 세금고지서 오류 전송 사고는 지난 6일 서울시 ‘ETAX(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와 연동된 지방세 전자고지 시스템 오류로, 특정 개인 1명의 세금 고지서가 전자고지 신청자 76만 명에게 잘못 전송된 사고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공개경쟁을 통해 금고를 지정할 때 필요한 평가기준을 ‘서울특별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금고지정 조례를 보면 평가는 총점 100점에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 등 5개 항목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은 ▲수납시스템(OCR센터, ETAX 등) 구축·운영능력 및 계획(6점)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 금고 선정시 이번 사고가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서울시 금고는 4년간 연간 32조원 규모의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고, 다양한 제휴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많은 은행이 눈독을 들이는 자리다. 현재 우리은행은 물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서울시 금고 쟁탈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향후 진행될 서울시 금고 쟁탈전에서 우리은행이 감점을 받을 경우 104년째 이어온 우리은행의 독주가 멈추설 수 있다.
다만 이번 사고에도 아직까지 차기 서울시 금고로 가장 유력한 은행은 여전히 우리은행이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평가 위원들이다. 수납시스템에 6점이 배정되어 있지만 구축과 운영, 계획 등에 대한 세부배점이 없고, 평가 위원의 재량에 따라 평가가 진행되는 만큼 이번 사고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거나 미미하게 반영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이번 사고가 평가에 반영된다고 확언할 수 없다. 반영 근거는 있지만 세부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번 사고의 평가 반영 여부는 전적으로 평가 위원의 재량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서울시금고 지정이 지연되는 점도 우리은행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 금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 우리은행과 달리 여타 은행이 금고로 선정될 경우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용산구청의 금고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효율성 및 중복투자 등의 사유로 자체 전산망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를 내고 우리은행의 전산망을 빌려 쓰고 있는 처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장기간에 걸쳐 전산시스템 등을 구축해온 반면 다른 은행은 금고로 선정되면 그때부터 전산시스템 등을 마련해야 한다. 금고가 변경될 경우 전산시스템의 안전성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서울시 금고 선정이 복수금고제로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복수금고제로 진행되면 시금고는 주금고와 부금고로 나누어 선정된다. 서울시의 복수금고제 도입은 서울시장이 결정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