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금융, ING생명 인수 걸림돌 ‘高가격’

KB·신한금융, ING생명 인수 걸림돌 ‘高가격’

기사승인 2018-03-10 05:00:00

KB·신한금융그룹이 ING생명 인수에 나서기에는 높은 매각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ING생명의 주가 상승으로 지분 59.15%의 매각가는 최소 2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NG생명은 지난해 5월11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이후 올해 3월8일까지 주가가 57.91%(종가기준) 상승했다. 이에 따라 ING생명 지분 59.15%의 8일 종가 기준 시장가는 2조4000억원을 넘어간다.

시장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더할 경우 ING생명의 예상 매각가는 3조1000억원으로 뛰어 오른다. 3조원대 예상 매각가는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3년 ING생명의 주식 100%를 인수하는 데 소요한 자금 1조8400억원의 1.68배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매각 가격이 너무 높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IFRS17 도입으로 보헙시장이 개편을 앞둔 시점에서 높은 가격을 주고 보험사를 사들일 이유가 없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ING생명은 그동안 고배당 정책을 펼쳐왔다. 이는 MBK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주가를 띄워서 매각가격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그 결과 ING생명의 사내유보금이 많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MBK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400억원에 인수해 지분 59%를 3조원에 팔겠다는 것인데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MBK는 ING생명 인수 후 지분 40.85%를 매각해 1조1000억원과 배당금으로 5000억원 이상을 챙겼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 역시 “보험시장 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주고 ING생명을 인수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NG생명의 예상 매각 가격이 높다는 반응에 예비 실사에 참여한 신한금융도 인수전 참가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예비실사 참여에 대해 “매물이 시장에 나온 만큼 해당 부서에서 매물을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무리한 M&A에는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높은 이중레버리지 비율(종속회사투자지분 대비 자기자본비율)도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신한금융의 지난해말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7%로, 당국의 규제 비율인 130%와 단 3% 차이만 남겨두고 있다.

높은 이중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신한금융은 ING생명 인수에 나설 경우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자회사에 추가적인 배당을 요구하거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예상 매각 가격이 3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이러한 인수자금 마련 역시 신한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높은 예상 매각 가격에도 KB·신한 등 국내 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ING생명은 지난해 연말 기준 자산규모 31조4000억원, 당기순이익 3402억원을 기록한 업계 5위권 보험사다. 따라서 ING생명 인수에 성공한 금융지주사는 비은행 부분을 단기간에 강화할 수 있다. 또 강화된 생보사와 은행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그룹 전체의 이익 상승도 꾀할 수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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