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발의’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법안을 다수 발의하는 의원이라는 뜻이다. 그의 대표 법안은 지난해 2월 발의한 ‘국민소환제’. 잘못된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임기 중에라도 소환할 수 있는 제도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인 탓에 이 법안은 오랜 시간 표류했다. 결국, 대통령 개헌안 초안에 명시되는 성과를 이뤘다. 복수안이지만 말이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 면담법안’도 발의했다. 이 모두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다.
국회의원이 유권자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일부 의원은 국가 전체 이익 보다, 속한 당과 자신만을 위한 이익 추구에 골몰했다. 국민에게 국회의원은 ‘사익만 추구하는 욕심꾸러기에다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집단’으로 이미지가 자리 잡은 듯하다.
다만, 약간의 오해도 있다. ‘특권을 받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대선 당시 봰 지역구 어르신 상당수가 의원들에게 연금과 관용차가 나온다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의원들이 국민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오해가 덧붙여지니 불신이 커진 것 같다.
-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많다는 의견이 있다.
특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분은 국회의원이 있지도 않은 특혜를 누린다고 오해한다. 또 정부를 비판하거나 감시하기 위해 부여된 권한조차도 특권으로 여기는 국민이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역으로 ‘국회의원이 어떤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한다.
다른 국가와 단편적으로 비교할 문제도 아니다. 북유럽 국가는 4~5만 명당 한 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7~18만 명당 한 명이다. 커버해야 할 지역도, 만나야 하는 사람도 몇 배 많다. 이래도 차량 주유비와 유지비 지원이 특권인가. 스웨덴의 경우 지역구 의원에게 집을 제공하기도 한다. 조건이 다른 점은 고려하지 않고 ‘이것저것 지원받으니 너희는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치 혐오를 부풀릴 수 있다. 스웨덴 같은 나라와 인구대비를 맞춘다면 한국은 국회의원 수를 600~800명으로 늘려야 한다.
- 국회의원 정원을 줄이자는 여론도 있다.
‘꼴 보기 싫다’는 분노 때문에 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1인당 누리는 특권은 더 많아진다. 국회의원이 300명에서 100명으로 줄어들면, 그 100명은 정말 ‘귀족’이 된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예산 규모나 커버하는 지역이 얼마나 커지겠는가.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법관들은 1인당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수를 늘리라고 하면 싫어한다. 오히려 고등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상고 법원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기득권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대로 의원 수를 늘려서 이들을 특정 계층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숫자를 줄이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젊은 정치인이 등장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 3선 연임에 제한을 두자는 의견도 있다.
‘4선 방지법’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 나도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과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방자치 단체장의 경우 3선까지 제한하고 있다. 3선 이후에 정치를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다. 한 지역구에서 오래 머무르지 말고 4선부터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든지, 국회의원 말고 다른 정치 활동을 하라는 의미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절대적으로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정계를 보면 새로운 물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당선자 중 초선 비율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3선 이상 금지하는 법이 필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자리 유지를 위해 지역구 도전자들의 씨를 말리려는 문화가 공공연히 존재한다. 이런 풍토는 지역 정치 활성화에 ‘마이너스’다. 해당 법이 실현되면 ‘나는 아무리 잘해도 이 지역에서 3번밖에 못하니 후진을 양성해야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 책정’ 국민청원에 대한 생각은.
최저임금 책정을 논하기에 앞서, 국회의원을 일하게 만드는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임금만 적게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행정부를 감시하게 만드는 것인지, 단순히 의원이 밉다고 힘들게 하려는 것인지 그 목적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국민소환제와 국회의원 면담법안 도입으로 의원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시민도 궁극적으로는 입법부가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행정부를 적절히 감시·비판할 수 있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도 더이상 국회의원에게 주는 월급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회의원 세비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월급을 직접 정하는 것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다.
부정적 여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외로 국회의원이 국민의 눈치를 많이 본다. 월급이 6년 동안 동결됐다가 지난해 국회 소속 공무원 임금을 올리면서 실수로 몇 만원 인상된 것으로 안다. 아시다시피 국회의원은 장관급이다. 그런데 월급은 행정부 차관보다 적게 받는다. 행정부는 차관급만 돼도 관용차와 기사가 제공되는데 국회의원은 없다. 이런 점이 국민을 의식한다는 증거다.
- 지난해 국회의원 보좌진을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통과됐다. 박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보좌진 증원이 '특권 내려놓기'와 반대되는 지점이라고 비판하는데.
보좌진 숫자를 늘리는 법안에 찬성한 이유는 인턴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인턴 2명을 오랜 기간 고용하기보다 차라리 한 명에게는 제대로 된 직책을 주자는 논의에서 출발했다.
- 의원내각제는 찬성하나.
현재 국회의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국민이 내각제를 찬성할 리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중심제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20~30년 후에 의회가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의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면 우리나라에도 내각제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