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단에 가든 무리뉴의 2년차는 항상 특별함이 있었다. 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의 부진은 구단뿐 아니라 무리뉴 개인에게도 몹시 괴로운 일이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1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세비야에 1-2로 패했다. 맨유는 앞서 1차전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홈에서 졸전 끝에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이 심판대에 올랐다. 사실상 리그 우승이 멀어진 상황에서 굵직한 토너먼트 대회까지 탈락하며 그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비야 동화의 희생양=맨유가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 같은 강팀을 상대로 패했다면 팬들의 불신이 이마만큼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세비야는 1957-1958시즌 이후 단 한 번도 UCL(구 유로파리그) 8강에 오른 적이 없다. 60년 만에 쓴 세비야표 동화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남은 우승컵=맨유가 UCL 16강에서 탈락하며 남은 우승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산술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대회는 FA컵뿐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위에 올라 있는 맨유는 1위 맨체스터 시티와 무려 승점 16점 차이가 난다. 남은 8경기에서 맨시티가 승점 9점을 쌓으면 자력 우승이 가능한 상황. 리그 컵(카라바오컵)의 경우 맨유는 일찍이 브리스톨 시티(2부 리그)에 패해 탈락했다. 결국 남은 건 FA컵인데 이마저도 쉽진 않다. 8강에는 현재 토트넘, 첼시 등 강호들이 다수 올라있다. 맨유의 FA컵 8강 상대는 EPL 11위 브라이튼이다.

#2년차=무리뉴의 2년차에는 항상 결과물이 있었다. 무리뉴는 FC 포르투에서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인 2003-2004시즌에 포르투갈 리그와 UCL을 석권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첼시로 적을 옮긴 그는 2년 차인 2005-2006시즌 EPL 우승컵을 들었고, 인터 밀란 감독으로 부임한 지 2년 만인 2009-2010시즌엔 리그, FA컵, UCL을 재패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간 뒤 2년 차인 2011-2012시즌에 강력한 라이벌 FC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리그 우승과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를 점령했으며, 다시 돌아온 첼시에서 2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적어도 2년 차엔 반드시 리그 우승컵을 들었던 것인데, 이번 시즌의 최고 성적은 FA컵 우승이다.

#경질설=세계에서 가장 브랜드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맨유는 무리뉴가 지휘봉을 잡은 뒤 폴 포그바, 로멜로 루카쿠, 알렉시스 산체스 등 거물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제2의 퍼거슨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무리뉴는 1년차인 2016-2017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기대에 응답했지만 두 번째 시즌엔 그보다 못한 결과물이 확정적이다. 여기에 경기 후 무리뉴의 도발적인 발언과 러시아월드컵 중계설 등이 겹치며 현지 언론과 라디오방송은 일제히 무리뉴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맨유를 떠날 것으로 내다봤다. ‘저스트 원(just one)’ 무리뉴라지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