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소설가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본명 임종주)가 교단에서 강의 도중 '미투'운동을 비하하며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에 관해 2차 가해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학과 학생화는 15일 공식 비판 성명을 냈으며 현재 하 교수의 발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지난 14일 하 교수의 강의를 듣는 동덕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180314 문예창작과 교수 문제발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글 작성자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하 교수가 소설 ‘동백꽃’을 수업 자료로 활용해 설명하던 중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화자인 ‘나’)을 따먹으려고 하는, 꼬시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거야.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하 교수는 수업 중 미투 운동을 농담거리로 삼으며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 비서 김지은씨가 폭로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도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 안 가졌을 것”이라며 김씨가 좋아서 관계를 맺엇을 것이라는 늬앙스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 학생이 "왜 김씨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폭로했다고 생각하냐’는 학생의 질문에 하 교수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 학생이 강의 도중 강의실을 나가자 하 교수는 “방금 나간 학생은 내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해 분노해서 나간 거겠지”라며 “저렇게 타인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라고도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물 작성자는 “손이 벌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복도로 나오는데 눈에 눈물이 고이고 숨 쉬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가 있나. 이 수업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말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라며 "나는 이 수업의 피해자"라고 적었다.
이에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15일 공식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문에서 학생회 측은 “하 교수는 이른바 ‘꽃뱀’ 프레임을 이용해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또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는 조롱을 일삼았다. 하 교수가 언행의 정당화를 위하여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창작의 자유지만 이 같은 맥락에선 ‘혐오할 자유’와 그 뜻이 별반 다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하 교수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가하여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고 소속 학과의 명예를 동시 실추시켰다"며 "본 학생회는 학우들을 대표해 하 교수를 공개적으로 규탄한다. 남성 중심적 성 사상이 옳다고 여기며 과오를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 교수는 우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하 교수는 1990년 '경마장 가는 길'이란 장편소설을 출간하며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경마장은 네거리에서…'(1991), '경마장을 위하여'(1992), '경마장의 오리나무'(1992), '새'(1999) 등의 장편소설과 시집 '시계들의 푸른 명상'(1994)을 내놓았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