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채권자도 손실을 부담하는 베일인(채권자 손실분담제, Bail-in) 도입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파산시 예금자 보호를 위해 검토된 ‘예금채권 우선변제’ 방안 적용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은 베일인 도입시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신용도 하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베일인은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을 돕는 베일아웃(Bail-out)의 반대 개념이다.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손실을 채무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세금으로 은행의 부실을 보전한다는 비판에 따라 도입이 진행 중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베일인 도입시 발생할 예금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용이 검토된 예금자 우선변제권은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 적용이 불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자 우선변제권은 부실 은행이 파산했을 경우 남은 재산을 예금 상환에 먼저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베일인 도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채권 우선변제 방안이 논의 됐으나, 채권자간 형평성 보장에 위배 된다는 법제처의 의견이 있었다”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우선변제권을 위헌으로 선언한 대법원의 판례도 있어 적용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예금채권 우선변제권 없이 베일인이 도입될 경우 예금자는 은행 파산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만 보호를 받게 된다. 나머지 예금의 회수 가능성은 다른 채권과의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 이는 은행이 부실화 됐을때 예금 인출 사태인 ‘뱅크런’을 유발해 은행의 파산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베일인의 예금채권 우선변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도 있다. 은행의 최대 채권자가 예금자인 만큼 예금자의 손실이 확대될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일인 제도 도입을 두고 신용평가사들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신용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요인에 ‘정부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이 저하될 경우’를 최근 추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베일인 규제는 은행 및 은행금융지주에 대한 정부의 지원가능성에 변화를 줌으로써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각 은행별) 손실흡수 능력의 크기에 따라 신용등급은 유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베일인 도입을 두고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당국도 도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베일인은 당초 2017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베일인 도입을 두고 은행산업의 여파가 큰 만큼 아직 도입 방안을 확정하지 않았다. 베일인 적용 대상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으로 분리하거나, 적용 채권의 종류를 어떻게 할지, 해외는 어떻게 베일인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지, 다각적인 측면에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