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경필 “배현진 영입…한국당 인물난 보여줘”

[인터뷰] 남경필 “배현진 영입…한국당 인물난 보여줘”

남경필 “배현진 영입…한국당 인물난 보여줘”

기사승인 2018-03-20 06:00:00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또다시 탈당,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행보는 보수 분열사(史)를 집약한 듯하다. 남 지사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철새’. 그러나 본인은 세간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는다. 보수 개혁이라는 정치 신조를 지켰기 때문이다. 남 지사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철새라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나는 철새가 아니다. 이익을 좇아 진영을 옮기는 것이 철새다. 내가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으로 배를 갈아탔나. 그렇지 않다. 내가 정치를 하는 목표는 두 가지다. 먼저 권력은 분산해야 한다. 이는 연정을 통해 실천했다. 또 다른 하나는 보수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정치 신조로 20년 동안 한길을 걸어왔다. 내 신념과 어긋난 점이 있으면 대통령 앞에 가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게 나다. 그 덕에 이명박 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바른정당 창당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 철학에 따라 바른정당 창당에 앞장섰다. 그러나 결국 실패했다. 바른정당으로 승부를 보지 못한 점은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 내 신념에 따랐기 때문에 한국당 복당도 부끄럽지 않았다. 나를 철새라고 한다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철새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분들이 철새는 아니지 않나. 두 분 모두 진보에서 보수로 간 적은 없다. 또 고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실현, 고 노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해체라는 정치철학을 위해 당을 깨기도 하고 옮기기도 했다. 

-한국당에 복귀한 이유는.

한국당 복당은 바른정당이 사라진 상황에서 보수 가치를 지키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바른정당은 보수 통합을 포기했다. 내가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이유다. 결국, 바른정당은 독자 생존하지 못하고 통합됐다. 보수로서의 정체성은 상실했다. 보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선(先) 보수통합’ 후 중도로 나아가 대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변하지 않는 내 생각이다.

유능하고 건강한 보수를 재건해 국정의 중심을 잡는 것이 목표다. 현 정부는 과거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제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와 집권당을 견제할 수 있는 보수 야당이 필요하다. 국정농단 세력이었던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상실돼 개혁의 여건은 조성된 상태다.

-‘보수세력 위기설’이 제기된다. 한국당 내부에서 개혁해야 할 점은.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다. 나는 정치 인생 초반 10년을 야당에 있었다. 당시 보수 개혁을 줄기차게 외쳤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권 탄생 뒤 박근혜 정권까지 보수가 집권하면서다. 그러면서 진영 내부 개혁 노력이 사라졌다. 보수는 안주하기 시작했고 공천 학살이 있었다. 각자 이익에 따라 친이계 친박계가 갈라졌고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내부를 개혁하려는 투쟁이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비박’(비박근혜)계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내부 비판자를 지방으로 쫓아냈다. 자기 사람 심기가 당내에 횡횡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현재 한국당의 인기와 평가는 바닥이다. 위기이지만 동시에 좋은 기회다. 바닥을 치면 올라갈 일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당이 개혁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공천 문제다. 자기 사람 심기가 아닌 공적인 평가에 의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결국, 정당은 사람과 정책, 그리고 행동 세 가지로 평가를 받는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할 일이 많다. 이번에 홍준표 당대표가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배 전 아나운서는 개인적으로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우리 당이 겪고 있는 인물난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 보수정당 내에서 중도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당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명명하고 통일대교에서 밤샘시위를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남 반대는 당연하다. 어떻게 찬성할 수 있겠는가. 한국당은 이념적 차원뿐 아니라 국민 정서를 고려해 방침을 정했다. 남한 내 반대 여론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더 긴장하고 신경을 썼을 것이다. 이것이 야당의 역할이다.

물론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은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남북 대화에 미군 철수 등 조건이 붙는다면 위험하다.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남북 화해 모드를 경계해야 한다. 결국은 남북 간 대화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를 보노라면 '저기도 참 험난하겠다' 싶다. 문재인 정부 내에서 이견이 나오는 일을 본 적이 있는가. 내부에 문제는 분명 있다. 그런데 이를 언급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건전한 비판은 소금과 같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지지율이 높은 데 도취했다. 데자뷔를 느낀다. 

정책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는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서울 시장이 미세먼지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오버'다. 다른 걸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정상회담 의제로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미세먼지 주범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이 중국발(發)이다. 중국과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이는 대통령밖에 없다. 지자체는 국가 정책에 충실히 협업하는 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경기도는 이미 경유 버스의 전기버스 대체, ‘따복(따뜻하고 복된) 마스크’ 보급, 어린이집과 노인·장애시설 공기청정기 설치 등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대책도 경기도의 ‘일하는 청년 정책 시리즈’를 살짝 베끼셨던데. (웃음)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좋고 빠른 방법은 바로 ‘미스매치’(불균형) 갭을 줄이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 간극을 줄이면 일자리가 20만개 정도 생겨난다. 정부가 미스매치 해소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더 촘촘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해 낸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속 가능성이 없다. 민간 영역을 격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처럼 경제 주체들에게 큰 타격을 주는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검찰에 소환됐다.

대한민국의 비극이자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전직 대통령의 반복되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안타까울 따름이다. 개헌안에 권력 분산 등의 내용을 담아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죄가 있다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 맞다. 다만 정치권에서 수사 방향을 제시하면 안 된다. 이는 정치 보복 의혹을 자초하는 일이다. 

정진용, 심유철 기자 jjy4791@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정진용, 심유철, 박태현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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