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봉태규 “10년만에 ‘리턴’으로 복귀… 또 다른 도전하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봉태규 “10년만에 ‘리턴’으로 복귀… 또 다른 도전하고 싶어요”

봉태규 “10년만에 ‘리턴’으로 복귀… 또 다른 도전하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8-03-29 00:07:00

“이렇게 기분 좋게 인터뷰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많은 취재진 앞에 선 배우 봉태규의 드라마 ‘리턴’ 종영 소감이었다. 약 10년만에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연기자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다. 그동안 좀처럼 연기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봉태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긴 공백을 깨고 ‘리턴’의 김학범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봉태규에겐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봉태규가 연기한 김학범은 ‘리턴’의 악인 무리를 일컫는 ‘악벤저스’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학범은 일상적인 표정 아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과 폭력성을 지닌 인물로 시청자는 정말 ‘사이코’ 같은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봉태규는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이렇게까지 큰 주목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학범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이 쏠린 4화가 방영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시청자가 어떠한 이유로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학범이 자기가 죽인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어요. 대본상에는 ‘학범이 오열하고 부축해서 실려 나간다’라고 한 줄로 적혀 있었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이 많았죠. 감독님께서 악어의 눈물인 동시에 진짜 슬픔도 있는, 누가 봐도 이상한 장면이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셔서 그렇게 표현했는데 시청자의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시청자는 패턴이 있는 악행 보다, 학범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드라마에 학범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었지만, 학범은 앞선 패턴을 절묘하게 비켜갔죠. 이건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작업하는 모두와 호흡이 잘 맞았어요. 특히 주동민 PD의 도움이 컸어요.”

봉태규가 김학범이 되어 나타났을 때, 많은 이들은 궁금증을 가졌다. 이렇게 잘하는 배우가 도대체 왜 정극 연기를 그토록 오래 쉬었을까. 물론 오랜 공백기는 봉태규의 자의가 아니었다. 한참 바쁘게 일하던 20대 후반, 당시 준비하던 영화 네 편이 뜻하지 않게 엎어졌다. 봉태규는 “그런 상황이 쉽지 않게 다가왔다”고 담담하게 그때를 회상했다.

“준비하던 영화 네 편이 연이어 좌절됐고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당시 작품을 선택할 때 자존감은 떨어지고 자존심만 내세웠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좋은 작품이나 역할을 선택하지 못하고 많이 놓쳤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들어오는 작품은 줄었고요. 더불어 기존 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고민도 깊었던 것 같아요.”

한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봉태규의 깊은 고민은 ‘리턴’으로 한순간에 해결됐다. 그동안 대중에게 강하게 인식된 인상이 의외성으로 작용해 더 큰 시너지를 내기도했다. 해답은 고민 속에 있었던 셈이다. 봉태규는 자신의 앞선 이미지가 단 2주만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어떤 역할을 하든 충실하게 연기하면 된다”는 기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연기에 있어 지레짐작이나 한계를 긋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 봉태규는 “주동민 PD처럼 봉태규가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연출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것. 봉태규가 ‘리턴’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주동민 PD가 우연히 방송국에 쌓여 있던 프로필 중 제 것을 보고 저에게 대본을 건넸어요. 처음부터 아주 의외의 인물이 학범을 연기해야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대요.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저에게 ‘봉태규 씨가 자신있으면 해도 된다’라는 말로 큰 신뢰를 주셨죠.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은 재량껏 정리해주시겠다는 말도 마찬가지였고요. 내가 잘 해낼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도전해도 좋다는 것, 이게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이에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iMe KOREA 제공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