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직접 밝힌 ‘무한도전’ 종영과 그 이후

김태호 PD가 직접 밝힌 ‘무한도전’ 종영과 그 이후

김태호 PD가 직접 밝힌 ‘무한도전’ 종영과 그 이후

기사승인 2018-03-30 20:50:52


MBC ‘무한도전’이 13년 간 달려온 대장정의 결승점을 눈앞에 뒀다.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며 토요일 오후를 책임져온 예능인만큼, 정말 ‘무한도전’이 이대로 끝나는 건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시즌2에 대한 기대, 멤버들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이에 대해 ‘무한도전’을 책임져온 김태호 PD가 직접 기자들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 PD는 ‘무한도전’ 종영에 이르게 된 과정과 멤버들의 반응,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30일 오후 3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종영은 지난해부터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현장에서 물러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유재석이 그러면 자신도 같이 끝내는 게 맞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지난 1월 김 PD의 후임으로 최행호 PD가 결정되면서 처음으로 '무한도전'의 종영 소식이 알려졌다. 결국 최행호 PD는 '무한도전'이 아닌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출하게 됐다.

김 PD는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우리끼리 문제나 갈등이 있어서 멈추는 건 아니다”라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더 발전된 예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매회 특별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마지막 방송으로 인사드리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무한도전’에서 물러나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에 대해 김 PD는 “‘무한도전’을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며 “더 좋은 시스템에서 ‘무한도전’이 제작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MBC 총파업 때문에 쉴 때도 다시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니까 ‘무한도전’의 틀 안에서 생각하게 돼서 힘들었다”며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 내가 6개월 후에 ‘무한도전’으로 돌아오겠다는 게 정해지면 멈출 이유가 없다. 그것이 확실하지 않아서 시간을 갖고 싶은 거다. 나도 나중에 ‘무한도전2’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처음 ‘무한도전’을 시작했던 시기를 회상하기도 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스스로 많은 것이 고갈된 상태라고 느끼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김 PD는 “처음 ‘무한도전’으로 발령받았을 때 도움 받았던 책이 ‘파리대왕’이었다. 불시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소년들이 섬에서 어떻게 살아나갈까에 대한 갈등과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무한도전’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재된 인문학적 소양과 스토리텔링이 탈탈 털린 상태다. 턴 다음에 제습기에 넣어서 건조까지 끝낸 느낌”이라고 했다. 김 PD는 “비어있는 것을 다시 채우고 싶다”며 “새로운 것을 채운 다음에 그려지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 그것이 ‘무한도전’이 될지, 관찰 예능이 될, 다른 플랫폼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될지는 모르겠다. 만약 나중에 ‘이런 걸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MBC의 승인이 떨어지면, 다시 이 자리에서 인사드리지 않을까 싶다”고 현재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29일 진행된 ‘무한도전’ 마지막 녹화와 종방연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무한도전’은 오는 31일 방송으로 마무리되는 ‘보고싶다 친구야’ 편 이후 ‘무한도전 코멘터리’ 특집을 방송한다. 여섯 멤버들이 지금까지의 방송을 쭉 훑어보며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 개인적으로 의미 있던 특집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김 PD는 “어제 정형돈이 용기를 내서 현장에 왔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녹화 이후 열린 종방연에서 김태호 PD는 “담담하게 이별을 보고 있었다”며 “멤버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난 안 울었다”고 했다. 이어 “멤버들에겐 목요일에 MBC로 출근하는 것이 매 끼니 밥을 먹는 것 같은 습관”이라며 “다음주에 MBC 주변에서 돌다가 마주치지 말자는 이야기도 하더라. 또 당분간 정기적으로 등산이라도 갈까, 스마트폰이라도 뭘 찍어볼까 하는 얘기도 했다. 아직 종영에 대해 실감을 못하는 것 같다. 서서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PD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막연하다고 털어놨다. 예능국에서 개발팀으로 발령이 나면 직장인으로 회사에 출퇴근하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김 PD는 “이 시간이 저에게도, 멤버들에게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라며 “보람되게 보낼 예정이다.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가 다시 '무한도전'의 책임자가 되려면 마음과 아이템이 준비돼야 한다. ‘무한도전’은 내게도 버릴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유재석도 인생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 아쉽지만 나중에 반갑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무한도전’은 다음달 13년 만에 종영을 맞는다. ‘무한도전’ 시즌2 제작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행호 PD가 기획 중인 새 예능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대에 후속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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