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제주 4.3’ 대변인 자처하는 원희룡, 왜 이제서야?

[친절한 쿡기자] ‘제주 4.3’ 대변인 자처하는 원희룡, 왜 이제서야?

‘제주 4.3’ 대변인 자처하는 원희룡, 왜 이제서야?

기사승인 2018-04-04 14:17:22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4.3 사건'(이하 4.3 사건)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표를 위해서라면 소신도 바꿀 수 있는 걸까요. 원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4.3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입니다. 무고한 주민 3만 여명이 희생당했습니다. 제주 인구 10분의 1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은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숨죽여야 했습니다. 국가는 사과는커녕 이들을 외면했습니다. 지난 2006년에서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가 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국가는 또다시 희생자 마음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지난해 4.3 추념식이 대표적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신 참석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추념식 기념사 상당 부분을 제주 '관광시장 언급'에 할애했습니다. 4.3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4.3 행방불명인에 대한 유해 발굴 약속은 없었습니다. 대신 정부가 국내 관광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말로 기념사를 '때운' 겁니다. 유가족 면전에 침을 뱉은 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과거 4.3 사건이 홀대를 받을 때 원 지사는 침묵했습니다. 또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원 지사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시 '4.3 위원회 폐지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는 겁니다. 4.3 위원회는 4.3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발족한 단체입니다. 또 원 지사는 국회의원 재임 12년 동안 4.3 위령제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원 지사는 지난 2014년에서야 자신의 과거 행보를 사과했죠. 그가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였을 때입니다. 원 지사는 "지난 세월 사정이 있고 없고를 떠나 위령제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했습니다. 또 제주 4.3 위원회 폐지 법안에 대한 서명에 대해서는 "친이계에 대한 공천학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법안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최근 돌변했습니다. 원 지사는 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948년 4월3일은 무장폭도들이 경찰서를 습격한 날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국회에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와 4.3 지방 공휴일 지정 수용을 해달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을 향해 "4.3 수형인은 지금도 전과기록이 남아있고 유족들은 연좌제로 70년 동안 피해와 한을 안고 살아왔다"면서 공식 사과를 요청했습니다.

이뿐만일까요. 원 지사는 지난 1일 '원희룡에게 4.3이란' 셀카 동영상을 찍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동영상에는 봉안실에 모셔져 있는 원 지사 친척들의 위패를 보여주고, 큰아버지 표석 앞에서 무릎 꿇고 호소하는 원 지사 모습이 담겼습니다. 친척을 내세워 자신 역시 4.3 사건 피해자임을 강조한 것이죠.

다분히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측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선거를 위해 4.3 사건 때 행방불명 된 일가친척까지 거론하며 동정표를 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문 예비후보 측은 "4.3 사건이 핵심이슈로 떠오르자 마치 4.3 사건의 해결사인 양 동백꽃 배지 달기에 나서고, 지방 공휴일 지정에다 담화문을 발표하고,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이제는 급기야 동영상까지 찍다니 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할 뿐"이라며 "어떻게 이런 이중성을 띨수가 있는가. 4.3 사건 영령이나 유가족, 도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표가 될 것 같으면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니 '목불인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원 지사가 뒤늦게라도 4.3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위로에 나선 것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또 홍 대표의 '막말'에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거나 "이념 잣대를 내세워 자신만의 생각을 관철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오만"이라고 비판한 것도 맞는 말이죠. 그런데 왜 이전 정부에서는 유족과 피해자 편에 서지 않았던 걸까요. 지금에서야 옳은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의 모습. 국민 사이에 정치 혐오만 늘어갈 뿐입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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