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5일 (토)
[책 vs 책]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vs ‘몸 편하고 맘 편하게 당당히 도망가는 방법’

[책 vs 책]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vs ‘몸 편하고 맘 편하게 당당히 도망가는 방법’

기사승인 2018-04-16 17:48:15 업데이트 2018-04-16 17:48:24


자기계발서가 독자에게 하는 충고는 대부분 비슷하다. ‘긍정 또 긍정’, 아니면 ‘나는 이렇게 돌파했다’, ‘내 말을 들으면 성공할 수 있다’ 등등. 난처한 상황에 처했거나 길을 잃어 고민하는 개인에게 먼저 그 길을 지나간 사람으로서 명확한 답안을 제시해주는 것이 장점이다.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실천하지 않았던 독자에게 자기계발서의 메시지가 신의 계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 내용대로만 하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확신과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로 인생을 바꾸고 자신의 길을 찾은 독자에겐 잘된 일이다. 문제는 계시를 받고도 인생이 바뀌지 않은 독자들이다. 긍정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나에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다른 책을 뒤적이게 한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내용을 다룬 책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잠시 동안 가졌던 허망한 희망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독과 부정적인 마음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다.

출판계와 작가들은 이 독자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번엔 ‘도망’이 키워드다. 다음 두 권의 책은 현실의 어려움과 난관에 마주친 이들에게 잠시 도망가는 것도 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권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만화가의 에세이고, 한 권은 일본 심리상담가가 쓴 자기계발서다. 제목만으로도 위로 받을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 기존 자기계발서에서 찾지 못했던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는 제목처럼 일시적인 도망을 권하는 책이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든 벽에 마주했을 때, 그것에 부딪혀서 이겨내기보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더 먼저라는 이야기다. 새로운 선택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몸 편하고 맘 편하게 당당히 도망가는 방법’과 비슷한 맥락이다.

만화 ‘닥터 프로스트’로 유명한 저자 역시 자신의 경험과 속 이야기로 도망을 권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자꾸 새로운 것에 도전해 스스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것이 도망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얘기다. 그 덕분에 저자는 밴드맨에서 만화가로, 라디오 진행자에서 대학교수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힘들 때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만들어준 그만의 길이다. 자신에게 더 관대해도, 무거운 짐을 더 내려놔도 괜찮다는 저자의 따뜻한 메시지가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한다.


△ ‘몸 편하고 맘 편하게 당당히 도망가는 방법’

‘몸 편하고 맘 편하게 당당히 도망가는 방법’의 표지에는 긴 제목 앞에 ‘피하면 겁쟁이로 몰리는 세상에서’라고 적혀있다.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지금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어떻게 살지?’ 등의 문구도 있다. 작은 표지에 너무 많은 글귀가 적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의 문구들은 과장광고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공감되는 문구들이 일단 책을 펼쳐보게 이끈다.

‘몸 편하고 맘 편하게 당당히 도망가는 방법’을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치라는 책으로 바라보는 건 오해다. 저자는 도망을 ‘주변의 시선에 맞춰 사는 자신으로부터의 도망’이라고 정의한다.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나가시마 데루는 35년 동안 공포에 휩싸여 불안하게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10년에 걸쳐 도망가는 방법을 터득한 이후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는 고백이 담겨있다.

도망은 ‘기술’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도망을 선택지에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은 누구나 배워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도망의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해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싶은 독자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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