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애런’ 문경은 감독은 어떻게 헤인즈 없이 해냈나

‘문애런’ 문경은 감독은 어떻게 헤인즈 없이 해냈나

‘문애런’ 문경은 감독은 어떻게 헤인즈 없이 해냈나

기사승인 2018-04-19 05:50:00

문애런. 농구팬 사이에선 유명한 문경은 SK 감독의 별명이다. 문 감독의 애런 헤인즈에 대한 각별한 사랑 탓에 붙여졌다. 문 감독의 애정엔 이유가 있다. 그는 SK 감독대행 시절인 2011-2012시즌부터 헤인즈와 함께 총 4차례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헤인즈라는 선수를 가장 잘 알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감독은 바로 그였다.

하지만 헤인즈가 오리온으로 이적한 시기와 맞물려 SK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문 감독의 지도력에도 의문이 붙기 시작했다. 2015-2016, 2016-2017시즌 SK가 연이어 하위권에 머물면서 ‘문애런’이란 별명은 문 감독의 지도력을 폄하하는 비아냥으로 변질됐다. 헤인즈는 문 감독의 강력한 무기이자 동시에 외면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문애런’이란 별명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SK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DB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연패 뒤 기적 같은 4연승을 달리며 18년만의 우승을 일궈냈다. 2012-2013시즌 정규시즌 우승 뒤 챔프전에서 모비스를 만나 4연패했던 문 감독은 5년 만에 챔피언에 오르며 아픔을 씻어냈다. 우승이 확정된 뒤 그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문 감독이 숱한 실패 속에서 만들어온 SK의 팀컬러가 비로소 만개한 시즌이었다.

문 감독의 SK는 올 시즌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에이스 김선형이 개막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시즌 종료 직전에야 돌아왔다. 최부경, 김민수 등 주축 선수들도 부상을 안고 뛰었다. 하지만 다시 손을 맞잡은 헤인즈를 중심으로 최준용, 안영준 등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공수 밸런스를 맞췄다. 장신 포워드들이 구축하는 3-2 드롭존 수비에 이은 속공과 얼리오펜스는 SK를 단숨에 강팀의 반열에 올려놨다.

그렇게 5년 전보다 성장한 문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맞은 대형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자 지난 시즌 LG에서 뛰었던 메이스를 영입했다. 헤인즈 없는 SK의 농구가 플레이오프 통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관측을 보기좋게 깨부셨다. 문 감독은 빠른 시간 메이스에 SK의 색깔을 입히면서도 메이스의 농구를 배려했다. 메이스가 골밑보단 외곽슛을 쏘는 것을 즐기자, 이를 말리기보단 오히려 SK 선수들의 리바운드 가담을 적극 주문했다. 메이스는 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 5차전에서 3점포 4방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뿐만 아니었다. 헤인즈가 없어 꺼내들기 힘들 것으로 예측됐던 드롭존을 과감히 펼쳐 시리즈 반전을 만들어냈다. 디온테 버튼을 봉쇄하기 위해 꺼낸 최원혁 카드도 제대로 먹혔다. 최원혁은 3차전 이후 버튼을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피로도를 유발했다. 챔프전의 문 감독은 그저 그런 ‘스타 출신 감독’이 아닌, 노련한 승부사 그 자체였다. 

문 감독은 경기 후 "2패 뒤 승리를 거둔 3차전이 시리즈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기쁘다. 우리 선수들 정말로 사랑한다"며 "5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4패를 당한 게 많은 공부가 됐다"고 웃었다. 

올 시즌 문 감독에 우승컵을 안긴 사람은 헤인즈도, 메이스도 아닌 바로 문경은 본인이었다. 

잠실ㅣ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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