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슈퍼매치가 살아야 K리그가 산다

[옐로카드] 슈퍼매치가 살아야 K리그가 산다

기사승인 2018-04-27 05:00:00

서울이 왔다, 수원 나와라” “우리에겐 승리 뿐이다”

FC 서울과 수원 삼성은 K리그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면서도 라이벌 구도가 극명한 팀이다. 자연히 두 팀이 맞붙는 ‘슈퍼매치’는 최고관중을 동원하는 K리그 최고 흥행카드로 자리매김해왔다. 양측 서포터즈의 우렁찬 함성은 매 경기마다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러나 지난 4월 8일 수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슈퍼매치는 씁쓸함을 넘어 처참한 결과를 남겼다. 집계 관중 1만3112명, 슈퍼매치 역대 최저 관중이다. 미세먼지와 쌀쌀한 날씨가 현장을 휘감은 것을 감안해도 생각 이상의 급락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 날에도 최소 2만 명은 슈퍼매치를 찾았다. 푸른 유니폼을 입은 데얀이 처음으로 친정팀 서울을 상대하는 날이라 이날 슈퍼매치의 관심도가 더 올라갈 거란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연맹, 구단 관계자, 매체 모두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번 기록은 슈퍼매치 역대 최다관중(5만5397명)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도 못 미친다. 기존 최저 기록은 무려 13년 전인 2005년 6월 12일 1만 9385명이다. 지난해 6월 18일 열린 슈퍼매치에서는 2만 140명이 경기장을 찾아 1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는데 이번엔 무려 7000여 명이 더 떨어져나갔다.

경기가 끝난 뒤 황선홍 감독은 “(관중을 보고) 놀랐다. 날씨 같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기를 하는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 팀 모두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정원 감독 역시 “재밌는 경기를 못 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두 감독 말대로 이날 경기는 날씨 악재뿐 아니라 볼거리도 없었다. 이날 두 팀은 장시간 수비적인 탐색전을 벌이며 상대 움직임을 살피기에 바빴다. 슈팅은 9대7, 유효슈팅은 양 팀 합계 6개가 전부였다.

지역 팬이 경기장을 찾게 하려면 경기력뿐 아니라 구단의 마케팅, 스타플레이어의 활약, 매치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요소가 녹아들어야한다. 하지만 K리그의 ‘흥행공식’은 당장 의문부호가 달린다. 흥행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던 슈퍼매치조차 이렇듯 부진을 면치 못하면 K리그의 흥행가도는 더욱 캄캄해진다.

슈퍼매치는 역대 최다 관중 ‘탑10’ 중 6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결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은 탑10 모두에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수도 구단으로서 큰 인기를 구가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근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는 관중수가 띄게 하락세다. 서울은 올 시즌 2승 3무 4패로 9위에 처져있다. 서울의 올해 평균 관중수는 9540명이다. 지난해 평균(1만6319명) 대비 처참한 수준이다. 수원은 현재 리그 단독 2위에 올라있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은 7107명에 그치고 있다.

어제(25일) 9라운드까지 집계된 K리그1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5389명이다. 지난해(2017년) 경기당 평균 관중 6502명으로 밀레니엄 들어 최저 관중을 기록했던 것을 다시 갈아치울 위기다. K리그는 2010년과 2011년 평균 1만 관중을 넘어선 뒤 2012년 6767명으로 급격히 감소세를 타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7000대에서 횡보를 이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6000대 횡보를 걱정할 시기가 왔다.

물론 올해 러시아월드컵을 감안해 주중경기가 잦게 배치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올 시즌 평균 관중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료관중만 집계하는 현 시스템상 눈에 보이는 관중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연맹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해까지는 무료로 입장한 관중까지 모두 합산해 경기 중 발표했지만 올해는 무료 관중이 집계에서 제외됐다. 시즌 티켓을 구매한 사람이라도 경기장에 오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카운트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실 관중’을 산정하겠다는 건데, 기존 대비 관중수 낙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집계 방식이 바뀌면서 전체적인 수치가 줄었지만 유료 관중 비율은 오히려 증가세에 있다.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첫 슈퍼매치의 경우 당시 서울과 수원 모두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슈퍼매치가 더 이상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슈퍼매치는 K리그의 불씨를 살릴 힘이다. 슈퍼매치는 지금까지 총 17차례 4만 관중을 넘겼을 정도로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힌다. 슈퍼매치의 상승곡선이 전제될 때 K리그도 힘을 낼 수 있다. 다음 슈퍼매치는 5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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