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직설적인 발언을 앞세워 ‘파격’을 연출했다.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을 손을 잡고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고 묻자 “지금 넘어가 보자”고 말하며 손을 이끌었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명장면’은 사전 예정에 없던 즉흥적인 동선이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사열대로 이동하면서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준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 드릴 수 있다”고 말하자 “대통령께서 초청해주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답했다.
앞서 운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오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환담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면서 보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올까 걱정하는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하고 있는 걸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탈북자’와 ‘연평도 포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의외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탈북자를 ‘조국을 버린 배신자’로 여기며 탈북자라는 표현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우리나라 서해 연평도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해안포와 곡사포 100여발을 발사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해병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친 바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사전 환담에서 북한의 열악한 교통 시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대답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북한에서 자국 체제의 열악함을 언급하거나 인정하는 것을 금기시해온 만큼 김 위원장의 발언이 파격이라고 보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금기는 김 위원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조선중앙TV로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