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환영사를 통해 “길동무”를 언급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긴 겨울과 이별”이라고 답사하며 평화 무드를 이끌었다.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만찬 환영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측에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김 위원장과 나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됐”고 말했다.
이어 “나와 김 위원장은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어제를 옛날처럼 만들었다. 하나의 봄을 기다려 온 남북 8000만 겨레 모두 고맙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오늘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보며 11년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던 모습을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또 “그때 우리는 그렇게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넘어오면서 남과 북을 가로막는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희미해져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그 후 10년 우리는 너무나 한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장벽은 더욱 높아져 철벽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 공존의 새 길을 열었다. 역사적 사명감으로 어깨는 무거웠지만 보람있는 하루였다”면서 “10년의 세월을 가르고 단숨에 장벽을 다시 연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과 나는 진심을 다해 대화했고 마음이 통했다. 분단의 상징 판문점은 세계 평화의 산실이 됐다”면서 “남과 북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함께 받아 나가야 한다는데 함께 인식을 같이했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귀중한 합의를 이뤘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 주먹을 들이대던 때도 있었고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서러운 세월도 있었지만 우리 겨레는 모두 잘 견뎠다”며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갈 역사적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고, 함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오늘처럼 남북이 마주앉아 해법을 찾을 것이며, 발걸음을 되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제 이 강토에서 사는 그 누구도 전쟁으로 인한 불행을 겪지 않을 것이다. 영변의 진달래는 해마다 봄이면 만발할 것이고, 남쪽 바다의 동백꽃도 걱정 없이 피어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손잡고 달려가면 평화의 길도 번영의 길도 통일의 길도 성큼성큼 가까워질 것”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함께한 북측 인원에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오늘 대담한 상상력으로 걷기 시작했다. 평창에서 화해의 악수를 건넨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환영해주신 남쪽 국민도 큰 힘이 됐다”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도 특사로 방문해 대화의 물꼬를 터준 것에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북측 속담에 ‘한 가마 먹은 사람이 한 울음 운다’고 했지만, 우리는 손님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해야 마음이 놓이는 민족이다. 귀중한 합의와 함께 귀한 손님들과 저녁을 하게 돼 기쁘다”면서 “김 위원장이 특별히 준비해 준 평양냉면이 오늘 저녁의 의미를 더 크게 해줬다”고 인사했다.
또 “우리 만남으로 민족 모두의 마음속 응어리가 풀어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한 가마 밥을 먹으며 함께 번영하기를 바란다”고 환영사를 마쳣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환영사에 “오늘 우리는 암흑 같았고 악몽 같던 북남 사이의 얼어붙은 긴긴 겨울과 영영 이별한다고 선고했으며 따뜻한 봄의 시작을 온 세상에 알렸다” 답사했다.
이어 “오늘 4월 27일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멈춰졌던 시계의 초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물론 오늘의 만남과 자그마한 합의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지나온 역사가 말해주듯이 우리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고, 우리 앞에는 대단히 새로운 도전과 장애물들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우리는 사소한 두려움을 가져서도 안 되며, 외면하고 피할 권리도 없다”면서 “그것은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역사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지 못하면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들을 걸머지고 있는 우리들”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역사 앞에 민족 앞에 이 숭고한 사명감을 잊지 말고 함께 맞잡은 손을 굳게 잡고 꾸준히 노력하고 꾸준히 걸어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방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진심을 다시 한 번 가지게 됐다”면서 “오늘 합의한 대로 수시로 때와 장소에 가림이 없이, 그리고 격식과 틀이 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함께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필요할 때에는 아무 때든 우리 두 사람이 전화로 의논도 하려고 한다”면서 “평화롭고 강대한 나라라는 종착역으로 힘차게 달려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땅의 영원한 평화를 지키고,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만들어 나가려는 나와 문재인 대통령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과 의지에 달렸다”면서 “우리가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그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꼭 보여주고 싶으며, 또 보여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불신과 대결의 북남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잡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면서 “오늘 내가 걸어서 넘은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평화통일의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용기를 가다듬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이 소중한 결실은 온 겨레에게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지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력과 의지는 시대와 역사 속에서 높은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답사를 마쳤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