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위 사실상 ‘단독 정상회담’… 새소리만 들렸다

도보다리 위 사실상 ‘단독 정상회담’… 새소리만 들렸다

기사승인 2018-04-28 09:56:06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정상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만들어진 다리이다. 비가 많이 올 땐 물골이 형성돼 멀리 돌아가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1953년과 1960년 사이에 설치된 것이다.
 
과거 유엔사가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번역해 ‘도보다리’라고 부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원래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를 T자형으로 만들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결했다.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임진강 하구 0001호에서 시작해 동해안 마지막 1292호까지 200미터 간격으로 휴전선 155마일, 약 250킬로미터에 걸쳐 설치되어 있다. 도보다리 확장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101번째이다. 설치 당시에는 황색 바탕에 검정색으로 ‘군사분계선’, ‘0101’이라고 표기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녹슬어 있는 상태이다.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 앞까지 양 정상이 함께 산책을 한다는 것은 자체로 의미가 있다. 특히 남북 정상은 배석자 없이 단 둘이 앉아 오래 담소를 나누었다. 이는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도보다리’가 ‘평화, 새로운 시작’의 역사적 현장이 된 셈이다.
 
이번 ‘도보다리’ 산책은 우리 측이 도보다리 너비를 확장하는 등 정성들여 준비하자 북측이 적극적으로 화답해 성사됐다. 두 정상은 담소를 나눈 후 ‘도보다리’ 길을 다시 걸어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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