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만난 김상조… 어떤 말들이 오갔나

10대그룹 만난 김상조… 어떤 말들이 오갔나

기사승인 2018-05-11 05:00:0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대그룹 전문경영인을 불러 '달래기'에 나섰다. 그간 김 위원장이 설파해온 '현실적 재벌개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거래법 개정 언급형벌조항 줄이겠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10대그룹 전문경영인 정책간담회 직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은 재벌개혁을 위한 법률적 수단이 아니다라면서 경제법률의 현대화라는 큰 목표 아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된 기업들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향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현재 대부분 조항에 들어가있는 형벌조항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동일인(총수)이 변경된 롯데를 사례로 꼽았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총수 지정이 변경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동일인이 변경되면서 공정거래법상 롯데의 친족으로 분류되는 인원은 160여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의 개인정보를 취합해야 하는데 일본 거주인원이 많아 사실상 일률적인 수집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한 사정에서 동일인 관련 자료 제출이 늦어진다고 형사처벌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해당 내용에 대해 기업들이 반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또 향후 대한상의 주관으로 공정위와 재계가 실무적으로 만나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 규정의 개정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네이버 동일인이 변경되며 휴맥스의 모든 계열사가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됐고 올해 모 그룹의 경우 독립적인 회사인데 갑자기 동일인 변경에 따라 계열사로 지정되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대기업 집단 지정할 때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투자사를 하나로 묶어 관리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판단돼 제약에 걸리는 사례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해결법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소유지배 구조, 이재용 부회장이 해결해야

다만 삼성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기본적으로는 최 위원장과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그룹 총수로 지정된 이 부회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결해야한다면서 결정이 늦어질수록 한국 경제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도 비효율적이며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지난 4월부터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금산분리 원칙'에 막혀 진행이 더뎌진 상태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더라도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해야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전체 자산의 10% 수준인 27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관련법상 금융사들은 같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상을 보유해서는 안된다.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경제·혁신성장 모두 저해

일감 몰아주기 근절도 주문했다. 오너 일가가 비주력계열사나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너 일가는 주력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비상장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이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오너 일가와 기업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를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오너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따라서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심각하게 저해돼 기업 차원의 선제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과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재벌개혁을 3~5년간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새정부 출범 1년 재벌개혁 정책에 대해 너무 느슨하다거나 거칠게 옥죈다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양쪽 시각 가운데 지점에 재벌개혁 속도와 강도를 맞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성공적인 재벌개혁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숙제검사처럼 주요 기업을 자주 만나는 것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듯 1년 후인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다시 한번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이 대기업 그룹 경영진과 만남을 가지는 것은 지난해 6월과 11월 이후 세 번째다. 지난해 6월은 4대그룹, 11월엔 5대그룹 전문경영인과 각각 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는 삼성 윤부근 부회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SK 김준 위원장, LG 하현회 부회장, 롯데 황각규 부회장, GS 정택근 부회장, 한화 금춘수 부회장,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회장, 신세계 권혁구 사장, 두산 이상훈 사장, 대한상의 김준동 상근부회장 등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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