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치료에 소극적인 만성질환 ‘우울증’

[건강 나침반] 치료에 소극적인 만성질환 ‘우울증’

기사승인 2018-05-15 04:00:00
글·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쿠키 건강칼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 및 자살률이 가장 높은 달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느끼는 ‘행복함’에 상대적 박탈감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에 영향을 끼치며,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울증은 누구에게 올까?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환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한 질환인 동시에 지속성이 매우 높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 저하 외에도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무가치감, 불안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데 이로 인해 직장과 학교 등 일상 속 자신의 역할수행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의 증가추세는 암환자보다 더 많은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과거에는 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 환자들이 주로 병원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불면증 등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질환이 대부분이다.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질환’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치료에 대한 어떠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체의 불편함으로 생활유지에 어려움을 겪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즉, 만성질환이 만성질환을 부르는 격이다.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이 지속되는 만성질환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만성질환자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좌절과 시련의 감정을 느끼며 우울함을 쉽게 느끼는 환경적인 요인에 처해 있다. 단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현상을 넘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앞으로 계속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앓고 있는 우울함은 일시적이겠지?

사람들은 종종 우울증과 일시적인 우울감을 혼돈한다. 또한, 설마! 라는 생각과 함께 우울증을 부정하기도 하며, 병원 방문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낀다. 우울증의 치료 첫 단계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본인 스스로가 우울증임을 인식하고, 주변의 도움을 구하여 사소한 것에서부터 희망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겸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에는 우울증 환자를 ‘의지가 약한 사람’,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 등으로 각인시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기 때문에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있어 치료의 ‘첫단계’는 이러한 편견의 장벽을 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만약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우울감이 지속된다고 느낀다면,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수면, 운동, 대화 등)을 시도해보자. 경증 우울증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증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전문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질환 치료의 바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환자 본인 뿐 아니라 전문 의료진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전문 의료진은 환자와의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경청과 공감을 통해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실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2개월이면 70-80%가 호전 가능하다. 

진료를 보다 보면, 초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다르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환자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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