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규모가 조사가 진행될수록 더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가 인정하는 피해와 실제 피해자들 간의 간극은 크다. 이렇듯 사건 발생 7년이 지나도록 정부는 명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7월에는 이른바 ‘살충제 달걀’ 파동이, 8월에는 생리대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지며 이른바 화학물질 공포감이 우리 사회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이 건강에 치명적인 건 아닌지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환경부는 호흡 노출 우려가 있는 스프레이형 제품에 대한 안전 표시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판되는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 등 시판되는 모든 스프레이형 제품은 안전기준인 ‘사용가능한 살생물물질 목록 및 함량 제한 기준’을 지난 2월 22일부터 준수해야하며, 6월 29일부터는 ‘표시기준’도 준수해야 한다.
해당 법규에 따르면, 기존의 스프레이 제품들이 시장에 다시 나오려면 제품에 함유된 살생물물질에 대해 안전기준 적합여부를 재확인 받아야 한다. 목록 외의 살생물물질을 사용하려 든다면 해당 물질의 안전성을 업체가 입증해야 한다. 만약 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판매했다면, 해당 업체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법은 좋다. 문제는 법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정부 조치에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규제당국인 환경부가 비교적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한정된 인력 및 예산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스프레이형 제품의 안전성 관리가 과연 제대로 되겠냐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정작 효용을 발휘할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 정부 당국의 의지와는 다르게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규제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과 실천 의지가 없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환경연합)
실제로 스프레이 제품의 관리준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6월 29일 이전에 제품 포장지에 표시된 자가검사번호가 전부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안전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환경연합의 주장이다.
여기에 ‘인체무해’, ‘무독성’, ‘천연’ 등의 미사여구로 포장돼 판매되는 스프레이형 제품들이 과장광고 여부부터 실제로 인체에 문제가 없는 지까지 시판 중인 제품의 전수조사를 통해 점검해봐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 기준을 위반한 생활제품의 회수는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회수율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 지역일수록 특히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기야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은 직접 ‘스프레이 팩트체크’를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광주·대구·수원·대전·전북·경기·서산태안·예산홍성 등 지역의 대형유통매장에서 판매하는 스프레이 제품의 안전 표시 기준 준수 여부를 일주일동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연합 정미란 생활환경 부장은 “환경연합 전국 생활 화학제품 모니터링 결과를 취합해 제품에 대한 안전 정보 제공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기업의 제품명과 기업명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정부 규제 이행 현황 및 안전 기준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불법 제품에 대해 즉각 퇴출을 요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