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수사했던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15일 “문 총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을 소환하려는 춘천지검장을 호되게 질책하는 등 조사를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자신의 전 비서관 김모씨를 채용하도록 강원랜드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채용비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이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총장은 권 의원의 소환을 질책했다는 주장에 대해 “수사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제시한 것뿐”이라며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다.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같은 날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도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문 총장에게 알렸다”면서 “이에 문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전문자문단’을 대검찰청에 구성해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수사단을 출범시키며 총장도 지휘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었다.
문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맡았으나 청와대·여권과 자주 충돌을 빚었다. 문 총장은 지난 3월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지휘권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다. 문 총장은 “관련 기관과 협의 없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검찰이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문 총장은 지난해 12월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너무 매달렸다. 이런 일이 오래 지속하는 것도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청와대 측은 “주요 수사를 올해 안에 끝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속도를 내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얘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문 총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철저한 수사를 독려해도 모자랄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에 외압을 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검찰의 이해 안 되는 행동으로 국민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강원랜드 수사에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 역시 수사대상으로 올라야 한다”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검찰 스스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전했다.
문 총장에 대한 수사 또는 해임을 요청하는 여론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6일 오전 11시 기준 문 총장에 대한 조사와 해임 등을 건의하는 청원이 90여 개 게재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