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주부 김혜정씨(가명40)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 자녀를 위해 장난감을 구매했다. 아이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 입에 넣거나 빠는 경우가 많아, 김씨는 장난감에 혹시 유해한 성분이 없는지 상품 설명서를 살폈지만, 이렇다할 정보를 찾는데 실패했다. 김씨는 “어린 아이들은 손에 잡힌 것은 입에 넣고 본다. 그렇다보니 혹시 모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신경을 쓰지만, 장난감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 별다른 성분표를 발견할 수 없었다.”
김씨와 같이 어린이 용품을 사려는 부모들은 앞으로 구매에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유아부터 아동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수만 종의 장난감들과 제품의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산업당국이 2016년부터 올해까지 2년여 동안 261개의 어린이 제품을 수거,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금속과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등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유아와 아동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어린이 장난감에서 기준치의 3370배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된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서 사용하는 필통에서는 허용기준의 4배를 상회하는 납이 나왔다. 4월에는 아동이 사용하는 액세서리에서 기준치의 137배 많은 납이 검출됐다. 필통에선 66배가 넘는 납이 또다시 검출돼 충격을 줬다.
옷과 신발도 안전하지 않았다. 아동용 신발에선 22.8배 초과한 납이, 아동복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납이 20배를 상회해 검출됐다. 참고로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은 중추신경장애를 유발하고 발암이나 탈모의 원인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유아전용 면봉에서 기준치의 1.7배를 초과한 세균이 검출되는가 하면, 아기 시트에선 기준치보다 440배를 초과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나왔다. 또한 2016년 1월 아동용 완구에서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기준치의 452배가 넘는 양이 검출되기도 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발암이나 여성 불임, 정자수 감소 등의 악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이다.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발암 및 생식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인공 화학물질이다.
이렇듯 납과 화학물질이 검출된 어린이 제품들은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해외나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산업당국에 따르면, 문제가 있는 제품들은 2016년 111개가, 2017년 90개, 올해는(4월 기준) 60개가 적발됐다. 일각에선 시판 중인 제품들의 종류와 수의 방대함을 고려할 때 빙산의 일각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이른바 ‘살충제 달걀’과 ‘생리대 안전성’ 논란으로 불거진 화학물질 공포 심리가 단지 기우만은 아니란 게 단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산업당국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어린이 제품의 위험성을 알린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제품에 대한 유형별 안전성 검사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홍 의원은 “극히 일부의 위해성이 존재하는 어린이용 제품은 전량 수거 및 환수 조치해야 한다”며 현행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