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피해자, 정부가 책임져야”

“라돈침대 피해자, 정부가 책임져야”

기사승인 2018-05-25 14:41:06

“정부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배운 것이 없나?”
“우리 아이들을 재웠던 그 침대가 오염됐다. 아이들을 재운 부모가 가질 죄책감과 두려움을 정부는 무시해선 안 된다.”

천연 방사성 물질로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돈’이 침대에서 검출되며 사회가 혼란에 휩싸였다. 하루의 3분의 1가량을 방사능이 유출되는 곳에 누워 보냈다는 생각에 아찔함을 느끼는 듯하다.

문제는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건강상의 영향이나 위해성, 피해정도, 향후 대처방안 등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보건당국은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수거하는 등 대책을 내놨을 뿐 국민들이 안심할 만한 내용을 공개하진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보건당국을 비롯한 정부의 대처를 지켜보던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가 나섰다. 의협은 25일 의협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라돈침대에 대한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표하며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의협은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폐암과의 관계를 인정한 1급 발암물질로 무색무취의 기체 상태에서 실내공간에서 생활하는 소비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동안 노출이 이뤄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대는 특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국민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게 되는 침실에 놓여있고 능동적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 수면시간에 자연스럽게 인체에 노출되는 문제를 가지게 된다”면서 “관계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정부의 대처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최대집 의협회장은 “정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역학적, 인구학적 특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진료계획을 제시해야하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며 방사능물질인 라돈을 내뿜는 광물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물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관련 물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의 흡연력이나 고혈압, 당뇨 등 기왕력을 확인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고농도 라돈에 노출된 이들에게 원자력의학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상담하라는게 전부인 정부의 대책은 중대한 직무유기”라며 “전국단위로 주요 거점병원을 마련하고 피해자 신고접수를 받아 적절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다음 주 중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가칭)라돈사태 진상규명과 국민건강수호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의학적이고 전문가적인 견해를 표명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태세를 갖춰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수석기획이사 또한 회견 말미에 “정부는 1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라돈침대 사태는 유사한 환경재앙”이라며 “대앙이 벌어져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당시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이어 “침대는 아이들을 재우는 곳이다. 문제가 된 침대에 아이들을 재운 부모가 갖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대해 정부가 분명히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정부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의협은 라돈침대 사태를 불러온 원인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강정민 위원장의 직무태만으로 보고 기자 회견 후 1시경 대검찰청을 방문해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최 회장은 “생활주변 방사선안전관리법 9조에 따라 원료물질이나 위험물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물질에 대한 관리도 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 것”이라며 “모나자이트를 부실하게 관리한 것은 심각하고 중대한 직무유기 행위”라고 고발 취지를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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