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예대율 개선을 위해 내놓은 고금리 특판 상품이 앞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새로운 예대율 규제 적용을 두고 유예기간이 늘어나 은행의 예대율 개선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율 가중치를 상향(+15%)하고 기업대출은 하향(-15%) 조정하는 신예대율 규제 적용시점이 2020년 1월로 결정됐다. 당초 해당 규제는 올해 하반기 도입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유예기간이 1년 6개월로 늘어났다.
예대율 규제는 은행의 예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는 규정이다. 은행권에서는 급작스러운 예대율 산정방식 변경을 앞두고 축소가 어려운 가계대출을 조절하기보다 기업대출이나 예금을 늘리는데 주력해 왔다.
은행들이 예금을 늘리기 위해 취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고금리 특판상품 출시다. 예대율 산정방식 변경시 예대율이 100%가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 국민은행의 경우 이달초 가입고객에 최고 연 3.3%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직장인 우대적금을 출시해 예금 확대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3월 최고 연 2.3%를 주는 ‘신한KBO리그 정기예금’을 출시해 1조원 판매한도를 소진하고 1조원 규모를 추가로 판매한다. 우리은행은 금리 상승기에 맞춰 ‘우리웰리치100여행적금’ 등 18개 적금과 ‘위비슈퍼주거래예금’ 등 11개 정기예금의 예금금리를 0.1~0.3%P 인상했다.
이밖에 KEB하나은행도 연 2.2% 금리를 제공하는 1년제 특별금리 정기예금을 출시했으며, 농협은행은 올원뱅크를 통해 연 2.4% 금리 수준의 특별예금을 출시했다.
5대 은행들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올해 4월까지 30조원에 육박하는 예수금을 끌어모았다. 이는 지난해 예수금 증가액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농협은행은 12조4000억원의 예수금을 확보하며 지난해 증가액을 4개월 만에 넘어섰다.
그러나 앞으로 지금과 같은 고금리 특판상품 출시를 계속해서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새로운 예대율 규제의 유예기간이 2020년까지 늘어나 은행들이 예대율 조절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영향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완만하게 조절하는 동시에 기업대출을 늘리는 노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A 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확대해 예대율을 조절할 수 있지만 예금은 대출에 비해 쉽게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절이 필요하다"며 “유예기간이 늘어난 만큼 지금 당장 고금리를 주고 예금을 끌어모으기 보다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조절하면서 기업대출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 은행 관계자도 “금리 상승기인 만큼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시간이 촉박하지 않다면 은행이 특판 등을 통해 예금을 끌어모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은행들의 수익 감소와 연결되는 고금리 특판 상품의 출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율 산정 때 원화시장성 CD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인정해주기로 한 점도 은행의 고금리 예금 확보 의욕을 줄이고 있다.
C 은행 관계자는 “이번 예대율 규제 적용 시점이 2020년까지 지연되고, 원화시장성 CD잔액을 예수금에 1%까지 반영해 주기로 하면서 은행의 부담이 많이 사라진게 사실”이라며 “은행의 특판 상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담이 줄어든 만큼 고금리 상품을 통한 예수금 확보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