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정부의 장관급 교체가 예고되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교체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 위원장은 ‘관리형 장관’으로 취임 후 뚜렷한 정책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31일 최종 심의결과 확정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처리를 두고 금융위원장으로서 그가 보여줄 리더십에 따라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낙연 불지피고 여당 부채질
최 위원장의 교체설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내놓은 부분개각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총리는 최근 영국 방문 중 청와대와 개각을 위한 협의를 했으며 선거기간 이후 소규모 개각에 나설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 총리의 부분개각 발언이 나온 후 관가에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약 3~5명의 일부 각료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다.
여기에 추가된 인물이 최 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의 교체설은 사실 이 총리의 발언에 앞서 여당을 중심으로 이슈화된 바 있다. 특히 여당내 일부 의원이 최 위원장의 정책수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교체설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최 위원장의 정책 수행을 두고 의원님과 마찰이 있었다”며 “여당 전체의 의견은 모르겠지만 의원님은 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 등 삼성을 필두로 진행되는 재벌개혁에 최 위원장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일부 여당 의원에게 좋지 못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위원장의 교체와 관련해 아직 여당 내 중론이 모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또다른 여당 관계자는 “최 위원장과 공조에 문제 없다. 여당 국회의원과 정부 기관장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밝혔다.
◆여론 살피는 靑, 삼성바이오 처리 관건
최 위원장의 교체설이 부각되는 가운데 금융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처리가 그의 교체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책 수행에 있어 국민의 시각과 공감을 중요한 잣대로 삼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정책과 관련해 “국민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점도 청와대의 의중을 잘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가 국민의 시각과 공감을 중요시 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처리를 두고 국민의 불만이 고조될 경우 최 위원장에 대한 임기보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 배경이 올해 초 가상 화폐 대응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켜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던 점이라는 것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처리의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민의 여론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처리에 국민의 불만이 거세지면 그의 임기보장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여당 내에서 최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만큼 최 위원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처리는 그의 재벌개혁 의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단초로 작용것으로 보인다. 여당 정무위 소속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현재 금융위는 재벌개혁을 반대하는 세력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로직스 감리위원회는 이날(31일)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심의보고서를 확정한 후 내달 7일 증권선물위원회에 심의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인정할 경우 향후 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까지 미칠 전망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