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창업세대들이 '포철혼(魂), POSCO SPIRIT의 뿌리와 줄기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중의를 모아 '우리 쇳물은 제철보국이었네'(편저자 안병화·여상환, 출판사 아시아)를 발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 창업세대 열전'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그 때의 쟁쟁한 인물 40명이 등장해 생생한 고투와 치열한 도전의 회고를 남긴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왜 포스코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했는가, KISA에서 하와이 구상까지'는 KISA(대한국제제철차관단) 출범에서 하와이 구상까지의 포스코 창립 전후사를 다루고 있다.
포스코는 창립 50주년에도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는 것을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긍심으로 앞세웠다.
미래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는 포스코의 영원한 자긍심이다.
하지만 후배들은 그 귀중한 역사적 진실을 하나의 수사(修辭)처럼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단순한 노파심은 아닐 것이라고 편저자들은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포스코가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는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려야 했던 사연과 절명의 위기를 기사회생과 전화위복 전기로 만들어냈던 지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2부 '제철보국의 뿌리와 줄기를 키우다, 창업요원은 말한다'에서는 창업요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1968년 4월 1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창립한 당시에는 39명이었으나 곧 5명이 퇴사, 공식적으로 34명이 창립요원에 이름을 올렸다.
창립 50주년에는 이미 20명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18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인들 중 고준식, 윤동석, 최주선, 김창기, 이원희, 신광식씨의 글을 실었다.
제철보국의 뿌리와 줄기를 키워내는 노고와 고투는 창업 연대의 포항 영일만 현장에서, 기술력을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어느 자리든 열외 없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3부 '제철보국의 뿌리와 줄기를 키우다. 현장에서, 기술에서'는 기술의 목소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박종태, 신상은씨의 경우 창업요원과 다름없지만 공식 기록을 바꿀 수 없어 이 자리에 싣게 됐다.
'기술의 꽃'이라 불리는 기성(技聖) 3명의 회고도 여기에 실렸다.
한국 최초 고로인 포항 1고로 공장장으로 막중한 책임을 짊어졌던 고(故) 조용선씨의 글을 찾아 마무리로 삼았다.
4부 '제철보국에 물과 거름을 주다, 위기의 시간을 함께한 바깥 사람들'은 도움을 준 외부 인사들의 회고로 짜여 있다.
박태준 창업회장의 '하와이 구상'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 주요 역할을 했던 박철언·야스오카·이나야마의 활약상, 도쿄에서 신격호 롯데 회장이 별개로 추진했던 한국 종합제철 프로젝트에 대해 들을 수 있다.
또 영일만 부지에서 160명의 수녀들과 500명의 고아들이 한꺼번에 떠나야 했던 '대이주(大移住)', 착공식을 앞당길 수 있도록 거들어 준 일본인, 앞날이 불투명한 창립 포스코에 첫 외자 도입의 길을 터준 서양인, 포스코를 성원해 준 한국 관료 3명이 등장한다.
5부 '제철보국을 만들고 제철보국을 살다, 박태준 창업회장의 삶과 정신'에서는 '제철보국'이 '포철혼'의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
제철보국을 주창했을 뿐 아니라 어느 누구보다 철저히 제철보국을 살아간 이는 박태준 창업회장이다.
박태준의 이름을 빼놓고는 '포철혼'이나 'POSCO SPIRIT'을 말할 수 없었다.
탁월한 역작으로 정평이 굳어진 이대환 작가의 '박태준 평전'이 존재할 뿐 아니라 이 책에도 군데군데 그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편저자들은 '박태준의 생애와 정신'을 간추린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와 '태준이즘'을 연구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사회학)의 에세이로 두터운 책을 마무리했다.
포항=성민규 기자 smg5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