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아이오아이와 보이그룹 워너원을 데뷔시킨 ‘프로듀스’ 시리즈가 재시동을 건다. 오는 15일 방영되는 ‘프로듀스 48’은 한국과 일본 양국 합작으로 보다 진보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소하다. ‘프로듀스 101’만 해도 생소했는데, 시즌 3에 접어들며 새로이 꺼내든 숫자 ’48’. 과연 ‘프로듀스 48’은 어떤 프로그램일까. 한국과 일본 합작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프로듀스’ 시리즈는 101명의 연습생들을 소속사별로 모집해 각 단계별 미션을 제시하고, 그 미션을 통과해낸 최종 11인을 데뷔시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모든 당락이 ‘국민 프로듀서’, 즉 시청자의 손에서 결정되며 패자부활전은 없다. 당초 ‘프로듀스 101’ 시즌 1 론칭 당시 낯선 시스템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나 결과는 커다란 성공이었다. 시즌 1에서 1위를 차지한 전소미의 경우 현재 방송인으로 종횡무진하고 있으며, 그룹 아이오아이의 멤버 모두가 걸그룹으로, 혹은 솔로로 도약했다. 이를 이어받은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경우는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그룹 워너원으로 데뷔한 11인의 연습생 모두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행보 하나하나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더욱 더 ‘프로듀스 48’이 받는 관심은 크다. ‘프로듀스 48’은 일본의 인기 그룹 AKB48 멤버들이 일부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더욱 많은 시선을 모았다. 당초 ‘프로듀스’ 시리즈가 AKB48의 총선거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던 만큼 원조라고도 볼 수 있는 AKB사단이 합류한다는 것은 시리즈의 약진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AKB48은 일본 연예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의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캐치 프레이즈 하에 오프라인 극장에서 상시 공연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출발한 시스템이다. 지금은 각 지방마다 48사단 아이돌이 활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듀스 48’또한 해당 시스템을 이어받았다. 해당 시스템이 어떻게 ‘프로듀스’ 시리즈에 적용될지는 아직 불명이지만, 전용 극장에서 상시 라이브 공연중인 AKB 시스템의 모토만은 지켜나가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방침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일본 현지에서 이미 인기리에 활동 중인 AKB의 중심 멤버들이 출연을 결정해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엄청난 화제가 됐다. 5월 공개된 주제곡 ‘내꺼야’의 일본 센터로 공개된 미야와키 사쿠라는 AKB48의 톱 7에게만 붙여주는 타이틀 ‘카미7’에 이미 3번이나 선정된 톱 아이돌이다. AKB48의 센터로 여러 번 활동해온 마츠이 쥬리나도 일본 연습생들 중 핵심 멤버다.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것도 당연지사다. 그간 ‘프로듀스’ 시리즈에 이미 데뷔한 아이돌들이 출연해 인기몰이를 한 후 데뷔한 사례는 익히 있었다. 뉴이스트 황민현, 다이아 정채연 등이 그 모범 사례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이른바 ‘망한 그룹’에 가까웠기 때문에 정상 참작이 가능했다. 미야와키 사쿠라, 마츠이 쥬리나의 경우 ‘프로듀스 48’에 출연하지 않아도 현지에서 단독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화제성이 높다. 일본 팬들의 경우 한국에서도 애프터스쿨 가은이 ‘내꺼야’의 센터로 지정된 사실을 들어 미야와키 사쿠라-마츠이 쥬리나와 다른 사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은의 경우 애프터스쿨 해체 직전에 영입된 멤버인 데다 제대로 된 앨범 활동 기간이 길지 않고 인지도도 높지 않은 상황. 같은 경우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이 내건 카드는 교차투표 시스템이다. 한국의 ‘국민 프로듀서’들은 일본 연습생에게, 일본의 ‘국프’들은 한국 연습생에게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누렸을지라도 한국에서는 생소하고, 한국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연습생이라 해도 일본인들에게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당초 ‘프로듀스’ 시리즈가 AKB사단의 총선거 시스템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데다가, 제작진 측에서도 AKB사단의 화제성을 바래왔던 만큼 AKB사단의 합류는 시간 문제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J팝이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K팝 시장을 따라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상, AKB사단 측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고 보고 있다.
막상 ‘국프’들의 반응은 어떨까. 역시 ‘신선하다’와 ‘거부감 든다’ 는 반응으로 갈렸다. 신선하다는 ‘국프’들은 “이미 식상해진 ‘프로듀스’시리즈의 시스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일본의 연습생들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과 한국의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이 다른 것도 한몫했다. 매년 총선거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AKB사단의 맨얼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 그러나 ‘거부감든다’는 반응도 분명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한국 사이의 앙금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때에, 일본의 연습생을 한국 프로그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주는 것 자체가 눈살 찌푸려지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덧붙여 비슷한 시스템인 ‘소년 24’의 사례를 들어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초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먼저 콘셉트로 삼아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같은 방송사인 Mnet의 ‘소년 24’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방송은 초라하게 종료됐고, 심지어 최종 멤버 중 일부 멤버는 불협화음을 일으켜 보도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같은 콘셉트로 실패한 사례가 이미 있는 만큼 제작진이 만반의 준비를 했을지도 ‘프로듀스 48’의 관전 포인트다.
뚜껑이 열리기까지는 고작 4일 남았다. 첫 방송은 15일. 적어도 제작진들은 자신만만하다. 계속해서 불거지는 불협화음, 혹은 불호 반응조차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800만명 이상이 시청하는 위성방송 채널인 BS스카파에서 동시 방영된다. 과연 ‘프로듀스 48’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