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정상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만나면서 ‘광폭 외교’를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한 지 일주일만이다. 지난 3월 베이징, 지난달 다롄을 찾은 김 위원장은 최근 3개월 동안 시 주석과 3번의 북중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북미 회담 성과를 이행하고 관련국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과정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회담 합의를 한걸음씩 착실하게 이행하면 새로운 중대한 국면을 열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위해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부터 중요한 시기마다 중국행을 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2차 방북 하루 전에는 다롄을 방문, 재차 시 주석과 회담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을 끝내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 ‘체제보장 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도 중국을 찾았다.
그동안 두 정상은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각각 지난 2012년과 지난 2013년에 집권했으나 특별한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한반도 관련 문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가까워졌다. 이는 북한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드러내면서, 미국과의 협상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재팬패싱’(일본 소외)을 우려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에 부정적이었던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 “북한과 상호 불신이라는 껍질을 깨고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내딛고 싶다”며 북일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실현한 지도력이 있다”고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숨 가쁘게 움직이자 아베 총리의 마음이 급해졌다고 분석했다.
집권 이후 6년 동안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없는 김 위원장은 지난 1월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지도자로는 이례적으로 남측 땅을 밟은 것을 비롯해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순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향후 김 위원장은 트럼프의 초청으로 미국까지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