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문제로 은행의 내부 통제장치에 허점이 들어났다. 하지만 이를 개선할 법률 개정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은행 준법감시·내부감사 업무의 권한과 위상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넘지 못 하고 있는 것.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당초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금융사에 대한 다양한 규제정책을 담고 있는 만큼 규개위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개정안의 국회제출은 하반기로 지연된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규개위 심사가 까다롭다”며 “올해 상반기 국회 제출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당초 금융회사 CEO의 셀프연임 등 부적절한 경영을 차단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개정이 추진됐다. 이후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은행의 내부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개정안이 재조명을 받았다.
앞서 검찰은 KEB하나·국민·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 대한 8개월간의 채용비리 수사결과 12명을 구속하고 4명의 은행장을 포함해 모두 38명을 재판에 넘겼다. 여기에 검찰의 신한금융 채용비리 수사가 종료될 경우 재판에 넘겨지는 은행 임직원들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채용비리 문제가 전 은행권에서 광범위하게 적발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급하게 만들었다. 특히 모범규준에는 그동안 은행의 내부통제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용과정에 대한 감사 업무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련된 모범규준은 지난 18일부터 시행됐다.
문제는 은행의 자체적인 감사·내부통제 장치가 권한과 위상이 낮아 그동안 재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관련 절차가 지연되면서 모범규준의 실효성 문제를 불러왔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개정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개정될 경우 모범규준이 담고 있는 채용절차에 대한 감사업무가 강화될 것이다. 또한 준법감시인이나 감사가 은행이 모범규준을 준수하는지 지속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며 “개정안의 상반기 국회제출에 실패했지만 3분기 중 국회제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