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은 모두 리츠(REITs)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은행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사회 인프라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 역시 부동산펀드를 통한 부동산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신한리츠가 야심차게 준비한 판교알파돔시티위탁관리리츠(알파돔리츠)가 상장된다. 알파돔리츠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알파돔시티에 총 5680억원을 투입해 만든 리츠상품으로 신한리츠 출범이후 처음으로 상장하는 리츠상품이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일종의 투자신탁회사다.
신한금융에 이어 농협금융도 지난 15일 농협리츠운용 서철수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본격적인 영업준비에 나섰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을 통해 각각 17개와 1개의 리츠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주사 전환과 함께 리츠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금융지주들의 리츠시장 참여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 출시되는 리츠상품들은 공모형식으로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도 새로운 간접투자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리츠상품의 지난해 평균 배당률은 7.59%를 기록했다.
여기에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GTX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사회인프라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신한은행을 주축으로 구성된 금융·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사업비만 3조3600억원에 이르는 GTX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GTX사업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투자수익과 함께 사업에 필요한 자금주선 수수료를 모두 챙길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의 성공 이후 다른 은행들 역시 사회인프라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달 말까지 사업신청서를 받고 있는 의정부 경전철 대체사업에 우리·기업·농협·산업은행 등이 참여를 신청했다. 정부는 신한은행 컨소시엄을 GTX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은행의 전문적인 금융기법으로 사업비 절감에 따른 이용고객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증권업계 역시 부동산펀드를 통한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 펀드판매나 주식위탁매매를 벗어난 부동산 투자는 중소형 증권사에서 담당해 왔다. 그러나 초대형 IB(투자은행)의 등장과 함께 IB의 어음발행이 가능해 지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나선 것은 전통적인 수익모델인 대출 이자나 중개수수료가 금리나 정부의 규제속에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영향이 크다. 이에 금융사들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사업이 위축됐던 부동산 금융시장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한 것. 이는 소비자에게 간접투자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융사의 자금중개 기능이 기업이 아닌 부동산에 쏠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리츠나 펀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간접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융사들의 부동산 투자가 과도할 경우 기업에 흘러가야할 자금이 경색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